미국과 북한이 한반도를 둘러싼 핵긴장을 해소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부수적으로 일본과 북한관계도 곧 해빙무드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자민당과 사회당 대표단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 양국 국교정상화협상은 재작년까지만해도 순조롭게 진행되는듯이 보였다.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이 제기되고 로동1호 미사일 발사실험등으로양국 수교협상은 지난 92년 11월 8차회담이후 오랜 휴면상태에 빠져있다.물론 일본으로서는 그동안 여러차례 유엔대표부와 북한대사관을 중심으로북한측과 접촉을 유지하면서 제9차 국교정상화 회담을 재개할 것을 종용해온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으로서는 기본적으로 우선순위상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면 일본은 물론이고 남북관계도 자동적으로 해결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불필요하게 번거로운 동시진행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바꾸어 말하면 미국이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제재를 해제하면 일본은 자동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따라오게 마련이며 그때가서 보다 우월한 입장으로 협상에 임한다는게 본질적인 전략이다.
따라서 미-북한이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외교대표부 상호설치및 흑연감속로동결에 따른 경수로 전환을 확약하면서 북한도 이제 일본쪽으로 눈을 돌려국교정상화협상에 임할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북한 로동당과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사회당의 위원장으로 내각수반이된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일본 총리는 여러차례 북한과 수교 협상 재개에 의욕을 표시한 바 있다.
사이토 구니히코(재등방언) 외무차관도 지난 1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국교정상화 협상 재개여부는 북한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해 북한측이 응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회담을 재개할 것을 선언해 놓고 있다.일본측은 앞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혹이 해소되어야만 국교정상화 교섭이가능하지만 수교협상 재개에는 핵의혹 해소라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붙어있지않다고 기회 있을때 마다 강조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북한측이 의도하면 일본과 수교회담은 언제든지 이루어질 수 있기때문에 문제는 북한측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질 수 밖에없다.
북한측은 그동안에는 미국과 협상을 벌이느라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미국과관계개선을 위한 실적들이 착실하게 이루어지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게 일본과 관계개선을 통한 청구권 등 경제지원 획득이기 때문에 조만간 수교협상은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측과 합의성명에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경수로 전환을 약속했지만 그같은 엄청난 재원은 사실 일본과 한국에 상당부분 부담시켜야 하기 때문에 북한으로 하여금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종용하고 기대해야 하는입장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북한은 미국과 성명으로 합의한 상호 외교대표부 설치가전문가회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저수조에 보관되어 있는 핵연료봉처리에 관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가시화되면 일본측과 협상 재개에 나설것으로 전망된다.
즉 9월23일 재개되는 3단계 2차 회담이 있기전 9월초로 예상되는 전문가회담에서 대표부 교환설치를 위한 일정 등이 마련되면 일본과도 서둘러서 제9차 국교정상화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일본측은 북한의 핵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어야만 국교정상화도 가능하고 경수로 전환 지원도 가능하다고 일단 강조함으로써 한국과 같이 {과거핵}문제도 규명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즉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요구해온 2개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이이루어짐으로써 과거 핵활동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불식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리적으로 북한과 인접해 있어서 만에 하나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이를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없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미국측과 미묘한 입장차를 노출하고 있다. 물론 맥커리 미국무부대변인이 북한-미 합의성명 안에는 과거 핵문제도 의혹이 해소되도록 포함되어 있다고 특별히 설명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일본측은 이를 액면 그대로 믿고있지 않다. 한국과 일본을 무마하기 위한 {립 서비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토록 미국이 특별사찰을 강조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합의성명에 빠진 것은미국이 과거핵 문제 규명보다는 앞으로의 북한 핵개발을 막음으로써 내년으로 시한이 만료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고수하는 것이 더 긴요하다는 쪽으로 확실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일본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이 때문에 북한과 일본이 수교협상을 재개하고 청구권 문제를 비롯해 경수로지원등을 협의할 때 일본측이 과연 어떤 태도를 보일까가 매우 주목되고 있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다케사다 히데시(무정수사) 방위청방위연구소연구실장은 설사 북한-일 수교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 따라경수로 전환을 위한 대북한 지원을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다케사다 실장은 다만 북한이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 및 일본과 관계정상화를꾀할 경우 한국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같은 단계에 이르면 북한이 한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게 하기 위해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경우에 따라서 한국의 입장이 과거핵 문제를 놓고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않을 경우 북한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회담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때 북한핵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해결되면 이는 곧 일본과 북한의 국교정상화를 의미하게 되며 북-일이 국교를 갖는다는 것은 북한으로서는 일본안에 강력하고 엄청난 조총련 조직을 공식적으로 총동원할 수있게 됨으로써 양국은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