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 간담회

입력 1994-08-17 00:00:00

영남지역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들이 김상현고문에 대한 출당을 당지도부에 건의키로 결정해 민주당의 당내갈등이 다시 증폭될 전망이다. 16일오후 대구에서 모인 영남지역 민주당 지구당위원장들은 8.2보선의 결과를 평가절하한 김고문을 더이상 동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출당등 강경조치를 취해야 한다고주장했다.이에 따라 내년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날카로운 감정대립 양상으로 치달아온민주당내 주류.비주류간의 대결이 조기 점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당초 이날 모임은 8.2보선에서 선전한 여세를 내년의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으로 연결시키자는 취지에서 주선됐다. 그래서 이날 모임의 명칭도 {민주당영남지역 발전방향및 보선평가를 위한 지구당위원장 간담회}였다. 이에 부응,몇몇 위원장들은 경주보선 승리를 계기로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방안을마련해야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됨에 따라 모임의 성격이 차츰 변해갔다. 민주당에 대한영남지역 유권자들의 특수정서를 극복하는 논의는 뒷전이 되고 전당대회를앞둔 주류&비주류간의 예비 당권경쟁 모임으로 변모됐다. 8.2보선 승리를발판으로 다가올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에 대비한 영남지역 민주당지구당의 혁신방안이 제안되기도 했으나 소수 의견으로 묻혀버렸다. 이기택대표측 위원장들에 의한 김상현고문 성토가 시종 이어진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위원장들은물론 부산.경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도 가세, 김고문에 대한 출당 등 강력 징계를 중앙당에 건의해야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구당위원장은 영남지역 61개 지구당중 38명. 이날 발언에나선 20명의 위원장중 10여명이 김고문을 맹비난했다. 천신만고끝에 영남지역에 마련한 교두보를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는 졌다}는 식으로 폄하한 김고문을 징계하지 않으면 영남지역 민주당위원장들은 발붙일 데가 없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지역당 굴레를 벗어던질 불씨를 마련해놓았는데 선거때는 얼굴도비치지 않던 사람이 그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한 것은 해당행위로밖에 볼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고문이 경주보선 승리를 평가절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계속 문제를 확대할 경우 국민들에게 당의 분열상만 노출할 뿐이니 우려와 경고, 유감과 사과표명을 요구하는 선에서 그치자며 개혁그룹 등 일부 중도파 위원장들이 열을식히려고 했으나 세부족이었다. 중도파 위원장들은 김고문에 대해 출당을 결의한다고 효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다 당권경쟁만 격화시켜 민주당의 불협화음을 대외에 노출한다며 자제를 요청했으나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영남지역 지구당위원장들이 김상현고문의 출당을 건의키로 결정한데 대해 이기택대표측은 이대표가 당권경쟁 종식을 요구하며 당내화합을 주장하고 있는터에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켰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있으며 비주류측은"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면서 경위를 알아본 뒤에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희상대표비서실장은 또 시끄럽게 됐다며 이런다고 이대표에게 도움이 되는일도 아닌데라며 가라앉으려던 당내 분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했다. 문실장은지난 보선기간중에도 경남지역 지구당 사무국장들이 유사한 집단행동을 하려는 것을 이대표가 알고 당에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질책한 일이 있다며 김고문징계건의를 결정한 위원장들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던졌다.

비주류측 의원들은 김고문의 행동이 어떻게 해당행위냐며 그들만 당을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윤수의원은 이렇게 되면 비주류쪽에서도 이대표를 걸고 넘어질 것이 아니냐며 김고문 징계를 주장한 영남지역 위원장들도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일단 김고문을 만나본 뒤에 해야했다고 비판했다. 이희천의원은 주류와 비주류간 당운영에 이견이 있으면 대화로 해결해야한다고 전제하고김고문측에서 강경 대응, 당내 불화가 재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말룡의원도 확인해봐야겠지만 당무회의에서 거론해야 할 것 같다면서전투에 이기고 전쟁에는 졌다는 김고문의 발언은 야권후보 단일화가 됐더라면 더 큰 성과를 거뒀을 것이란 아쉬움의 표시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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