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장 새공관입주 마음고생

입력 1994-08-16 00:00:00

완공후 2백일이 넘게 텅비어 있던 한남동 국회의장 신축공관이 드디어 주인을 맞게 됐다.황낙주국회의장이 광복절인 15일 후암동자택을 떠나 여의도 국회의사당내 구공관이 아닌 신공관으로 이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집으로 들어서는 그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새공관이 완성됐음에도 이만섭전임의장이 이 집을 비워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자꾸 마음 한구석에 걸리는 것이다.

사실 한남동의 새 공관은 누가봐도 큼직하고 호화스럽다. 외국공관들이 많이몰려 있는 한남동의 전망좋은 언덕에 자리잡은 이 집은 부지만도 2천9백여평에 연건평6백60평짜리 3층 건물이다.

국회에서 옮겨심은 관상수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밭과 연못, 그리고 40여대의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등 그야말로 땅값(1백11억원)을 포함해 1백63억원이라는 거금이 들어간 만큼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 이전의장으로서는 누구나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회 분위기를 의식, 입주를 사양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결국 주인을 찾지 못한 새공관은 청와대영빈관이나 국회손님용으로 쓰자는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흐지부지 됐다. 서강대교 공사에 따른 소음등 구공관의 주변환경변화로 새 주거지를 마련하자고 건립한 공관이 그만 {애물단지}가돼버린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황의장은 고민끝에 결국 입주결정을 내렸다. 이왕 예산을 들여 지은 집을 마냥 비워둘 수도 없거니와 국력이 자라나면 그만큼 {민의의 전당}을 책임지고있는 국회의장에게 쏠리는 품위 역시 높아져야 한다는 생각이작용했다는 것.

어차피 외빈을 대접해야 하는 행사가 잦은 만큼 대외적으로도 국회의장의 위상을 고려하자면 연건평 4백60평인 구공관은 비좁다는 주변의 의견도 참작됐다. 그러나 막상 입주결정을 내린 황의장으로서는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자꾸 염려돼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국회의사당 옆에 자리잡은 구공관은 앞으로 국회의정연수원이 사용토록 할계획이다. 당초 기념관으로 넘겨주려던 헌정회에게는 바로 옆에 새로 기념관을 짓기로 하고 내년 예산에 이미 설계비조로 13억원을 반영했다. 이로써 여의도의 유일한 {단독주택}이던 구공관은 의원들의 학습장소로 탈바꿈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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