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러 무기도입 신중히

입력 1994-08-15 13:08:00

8월초 국내에서 폭염과 태풍, 항공기와 철도사고등에 온 국민이 혼을 앗긴사이 미국에서는 우리들의 시선을 예사로 스쳐간 {작지만 중요한 뉴스}가 하나 있었다.[한국정부가 옛소련제 무기를 5천억원어치나 대대적으로 도입한다]는 한주간지의 서울발 보도이다.

지난8일자 미국의 국방전문 디펜스뉴스지는 과거 한국정부가 고르바초프에게현금으로 제공한 14억5천만달러의 차관을 되돌려 받는 대신 1차로 6억5천만달러어치에 해당하는 러시아제 미그-29전투기와 S-300미사일을 도입하게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정부의 최종결정은 오는 9월중에 날 것이지만 러시아가 지난 2년간 적극로비를 폈고 한국군부가 이를 적극 찬성,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정부의 소련제 무기도입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다소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연간 무려 약17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사가는 큰 고객인 한국을 잃을까하는 우려도 작용했겠지만 그보다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군의 주력무기인 소련제를 필요이상 보유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않는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소련에 제공한 현금이 노동자들이 피땀흘려 벌어들인 귀중한 외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연 그돈을 포기하고 동족을 겨냥한 전투기나 미사일을 받아오는게 잘하는 일인지 더욱 의심케 한다. 지금은 50년 원수지간인 미국과북한도 서로 손을 잡는 {화해의 시대}가 아닌가.

국방부는 아직도 시간이 있으니 필요량 이상의 도입은 깊이 생각해봄직하다.차라리 어자원의 보고인 러시아 동쪽 베링해나 오호츠크해에 몇년간 우리어부들의 조업권을 달라거나 러시아 동부지역 일부를 조차하거나 경작권을 따내는등 경제적인 이권을 받아내는 게 훨씬 명분이 있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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