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말복.해마다 복날이 되면 끝물이 된 수박과 함께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중국의 부의 황제와 윗대 청조의 황실에서 대대로 전의로 지내온 명의 집안후손이며 부부가 다 북경대학의 종신교수인 한의학자가 바로 그 사람이다.그가 몇년전 대구의 전통적인 한약거리인 약전골목을 방문했을때 이런 말을남겼다.
[한국 사람들이 수박을 먹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 먹는 방법이 매우 비과학적이다]
그의 주장은 우리들이 수박을 먹을때 거의 예외없이 빨갛게 익은 부분만 갉아먹고 흰 껍질들은 그대로 버리는 것이 바로 {수박을 제대로 먹을 줄 모른다}는 것이다.
수박의 한의학적인 효능은 붉은 부분과 흰 껍질부분이 닿아있는 경계선의 과육부분에 가장 많이 함유돼있는데 한국사람들은 입에 맞는 붉은 부분만 먹고흰속통은 버린다는 얘기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여름, 삼복내내 우리들이 벌건속살이 붙은채로 건성으로 먹고 버린 수박들을 생각해보면 과일 한통마저 실속있게 먹을줄 몰랐다는후회가 남는다.
그런데 그 전의 진짜 이야기는 수박이 아니라 한국 한약 부피론에서 우리를놀라게 한다.
[한국의 첩약은 부피가 너무 크다] 약의 양이 많아보인다는 충고였다.그말은 바로 우리에게 토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깨우치게 한 말이었다.
대부분 수입약재나 야생 토종약초가 아닌 대량인공재배 약재를 쓰게된경우똑같은 약효를 내기위해서는 부득이 옛날 토종자연산 야생 약초를 쓸 때보다양을 늘렸기때문이란 논리다.
양을 늘려서라도 약효는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정직한 처방노력을 나무랄수도없다.
토종이 자꾸 사그라져가는 분야는 비단 약초 뿐 아니라 채소나 여름과일, 가축에도 토종이 {거의} 없기는 매한가지다.
{밀수레}란 토종 우리밀 음식점이 개업초반부터 초만원을 이룬다는 소문도음식솜씨보다는 자연산, 토종음식이라는 매력과 신뢰때문일 것이다.값이 더 비싼데도 손님이 구름처럼 몰리는 것은 그저 토종이라는 이유밖에없다. 삼계탕집에도 {토종}은 몇백원이 더 비싸다.
그래도 너도나도 토종 삼계탕을 주문하는 미식가가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토종들을 내버리고 씨를 말려버렸다.개구리 참외랑 검은 토종 도야지를 왜 팽개쳤던가를 되돌아 생각해봐도 똑부러지는 이유조차 기억되지 않을만큼 토종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허황했다.토종의 매력은 신토불이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데 있다.
힌두교 신자들이 쇠고기를 안 먹는 것은 종교적이유도 있겠지만 그들의 대장이 유난히 길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다.
긴 창자에 부패속도가 빠른 육류를 먹을 경우 장내 독소 체류시간이 길어 수명이 단축된다는 주장이다.
진양 단감도 다른 지방에 옮겨 심으면 몇년후에는 보통감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도 토종의 생명력을 설득시키는 말이다.
술과 담배까지 토종이 외제보다 우리들의 체질에 더 잘맞다는 실험결과도 얼마전에 나왔었다.
담배는 {하나로}가 일제 {마일드 세븐}이나 미제{말보로}보다 더 낫고, 막걸리가 양주보다 우리 체질에 훨씬 더 제격이더라는 실험결과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토종을 너무 쉽게 버렸고 토종대신 되받은 양종과잡종의 폐해로 이런저런 죄업을 갚고있다. 캔음식, 배꼽티, 비디오물, 랩음악... 토종아닌 것치고 근사해보이는건 별로다.
긴여름을 말복과 함께 떠나보내면서 이제 부터라도 우리의 토종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회복해보자. 좀 모자라도 우리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개구리 참외같은 먹거리 뿐아니라 토종예술에도 애착을 가져보고 정치나 시민의식에서도전통적인 토종냄새를 좀 풍겨보자.
위험스럽게도 우리는 그동안 우리체질에 맞지않는 별스런 외풍에 너무 깊이익숙해져가고 있다. 토종을 버린 죄가 큰 것은 쉬 되갚을 길이 없다는데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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