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불똥} 어디까지

입력 1994-08-08 12:32:00

전한전사장 안병화씨(63.구속중)가 (주) 삼창회장 박병찬씨 외에 재벌그룹총수 2명으로부터 원전 건설공사와 관련,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안씨 수뢰사건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이로 인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원자력 발전소등 각종 전력개발사업을총괄하는 한전의 공사수주과정에 비리가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며 일각에서는 이 정도 뇌물 액수는 수조원대의 원전 공사규모로 미뤄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이 사건이 박씨의 2백만달러 {환치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에 우연히 불거져 나온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거액의 환치기 사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하던 도중 박씨가 경북 월성 원자력발전소 공사를 맡아하던 캐나다 원자력공사의 한국대리점인 (주)삼창의 회장인 점에 착안, 당시 한전사장이었던 안씨에게 공사 수주와 관련, 뇌물을 주었는지 여부를 확인하자 박씨가 [그렇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그러나 한전사장을 지낸 거물이 그것도 뇌물을 전액 현금으로 부하직원을 통해 받을 만큼 신중한 안씨가 아무런 증거없이 그대로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았을리는 만무하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일치된 주장이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 안씨에 대한 수사는 박씨 사건 수사과정에서 돌출된 것이아니라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이는 안씨가 지난해 5월 사정수사가 진행되자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한전사장 재직시 공사 수주업체로부터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던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수조원대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오고간 뇌물수수 사건으로 지금까지 밝혀진 수억원대의 뇌물은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외에도 더 많은 뇌물이 오고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검찰의 수사가 관심을 갖게 하는 측면은 안씨가 현재 일본에 도피중인 박태준 전포철회장의 오른 팔로 오랫동안 안씨의 출세와 몰락이 박씨의그것과 궤를 같이 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 검찰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환치기 사건을 수사하다가 불거져나온 것이 아니라 박씨 사건의 수사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또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이사건에 연루돼 있는 두 재벌총수의 처리문제도 관심사.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관례상 뇌물공여자에 대해서는 죄질이 아주 나쁘거나액수가 10억대 단위로 큰 경우에 한해 구속해 왔던 점에 비춰 불구속 입건형식으로 사법처리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이 사건 뇌물을 {입찰을 따내기 위해 돈을 준 것이 아니라 사례비및 향후 공사편의제공 등의 명목}으로 준 것이어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검찰은 미국에 체류중인 전 한전부사장 조관기씨가 실무책이 돼 비서실등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수주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이를 비자금 형식으로 관리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검찰은 안씨가 뇌물을 받은 시점이 지난91년 하반기로 안씨의 한전사장 임기가 끝날 무렵이어서 연임을 위한 고위층 로비자금으로 뇌물받은 돈을 재사용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수사의 진행여하에 따라 이 사건은 6공 고위층이나 또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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