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안나는 2인자"충실

입력 1994-08-06 00:00:00

문민정부출범후 제3기내각을 이끌어온 이영덕국무총리가 7일로 취임 1백일을맞는다.그는 지난 1백일동안 전임 이회창총리와는 매우 대조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소리 안나는} 2인자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을 낳는다. 그래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화합총리}다. 이총리도 이런 평가를 매우 환영한다.취임직후 공무원들도 출퇴근 시간을 엄수해 가정생활에 충실하라든가 하위직공무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보고사무를 30%이상 줄이도록 하라는등의 지시를내렸다.

아울러 박한상군의 발륜적인 부모살해 사건이 일어나자 곧바로 관계 국무위원들과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국민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가정적이고 자상한 연성총리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모습이다.그러나 이런 인상 때문에 취님일성으로 {화합속의 개혁}을 표방했음에도 1백일이 지난 지금 그의 트레이드마크로는 여전히 {화합}쪽만 부각되고 있다.한참 달려온 것같은데 막상 되돌아보면 여전히 출발선상에 머물고 있는 것같은 인상이다. 바로 이 점에서 {색깔이 없다}는 비판이 따른다.그렇다고 이총리의 목소리가 아예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북출신으로 보수반공주의자인 그는 남북문제및 이념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기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너무 극우파의 시각만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김일성사후 조문파동으로 나라전체가 이념논쟁으로 시끄러울 때 이총리는 김일성이 우리민족에 저지른 과거죄과를 낱낱이 열거하는 담화문을 발표, 조문논쟁에 쐐기를 박았다.

물론 이총리의 담화문은 남북관계 개선을 고려한 통일원 등의 반대로 몇차례의 수정끝에 [민족분단의 책임이 있다는 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져있다]는원론적 수준에 그치기는 했다.

[주사파학생 배후에 김정일이 있다]는 서강대 박홍총장 발언을 둘러싸고 사상논쟁이 벌어졌을때도 이총리는 [박총장의 말은 근거가 있다]며 박총장을 흔쾌히 두둔하고 나섰다.

뿐만아니다. 고상문씨등 납북자 송환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자 이총리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북측에 고씨 등 억류자 송환을 즉각 요구하라고 했다.이 역시 통일원등의 반대로 {남북대화가 재개될 경우}로 수정됐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이총리는 유독 남북문제와 사상논쟁에 있어서만큼은 보수강경파를 자처하는데 추호도 주저하지 않는 {강한 개성}을 과시한다.

그의 이같은 태도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헌법질서를 해치는 어떠한 도전행위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평소의 소신과 철학때문이라는게 정설이다.그러나 다른 국정현안에 임하는 이총리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자기목소리가 결코 밖으로 새나오지 않는다.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집단인 부처의 고유 판단에 맡기되 이견이 있을경우에만 청와대측의 의중을 충분히 파악한후 이를 조정하는 국정운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이총리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각료들과 정책협의를 할 때 결코 정책면에서간섭하지 않고 주무부처 장관 소신껏 밀고 나가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말한대목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이 때문인듯 취임후 처음 맞은 임시국회때 야당측으로부터 {용각산 총리}니{무소신 내각}이니 하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같은 평가는 대쪽총리로 유달리 개성이 강했던데다 청와대와 불화를 빚은 이회창전총리의 잔영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이총리 역시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잘알고 있다. 그래서 내심 화합총리라는고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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