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세풍-남태평양의 코질랜드

입력 1994-08-04 08:00:00

올 여름의 무더위는 유난히도 혹독하고 길다. 그래서인지 피서인파도 그 어느해보다도 크게 붐비는 가운데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해외피서도 크게 늘고있다. 김포공항에 따르면 본격적인 피서철로 접어든 지난달 20일부터 매일 평균1만2천여명이 출국했는데 대부분이 해외피서지로 나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이같은 해외나들이객들 가운데는 남태평양쪽으로 목적지를 선호하는 경우가최근 크게 늘고있는데 특히 이지역의 뉴질랜드는 피서지로는 물론이고 이민지로서도 크게 각광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사람들의 내왕이 최근 2-3년새 급격히 늘고있다.**신세대의 지상낙원**

완벽한 사회복지제도가 실시되고 있어 살아가는데 우리처럼 치열한 경쟁을벌이지 않아도 될뿐 아니라 공해없는 깨끗한 자연이 전혀 훼손되지 않은 쾌적한 생활환경으로 우리의 눈으로 볼때는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라할수 있다.그래서 이곳을 직접 찾아본 사람들은 말할것도 없고 얘기만 들은 많은 사람들도 이민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 대한 젊은 사람들의 이민병은 거의 치유가 불가능해 한국에서의생활을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경우가 적지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최근뉴질랜드엔 한국의 신세대 이민물결이 거세게 밀려들고 있다.우리나라의 이민이 하와이에 첫발을 밟은이래 우리 이민사도 90년이 넘고 있지만 미국.남미.캐나다.호주등으로 이민바람이 거세게 분뒤 80년대중반부터는바람이 숙지고 있는 실정인데 최근 젊은세대들의 뉴질랜드이민바람은 새로운사회현상으로 주목되고 있다.

**빠져나가는 인재들**

20대후반에서 40대초반까지 혈기왕성하고 하이테크를 가진 유능한 젊은이들이 쾌적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고국을 빠져나가는 이같은 현상엔 득과실이 함께 있다. 유능한 인재를 잃고 있는 점에선 실이 될수 있지만 유능한인재들이 뉴질랜드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펼친다면 우리의 국익엔 확실히 득인 것이다.

외무부자료에 따르면 해외이민이 88년 총3만1천여명이었는데 지난해엔 1만4천여명으로 크게 줄었으나 90년들어 겨우 1백명을 넘어선 뉴질랜드이민은 이후 해마다 크게 늘어 지난해는 2천5백여명이었으며 올해는 3천명선을 크게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로 90년이전엔 뉴질랜드서 한국인은 희귀종이었지만 이젠 1만명을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들이 대부분 살고 있는 뉴질랜드의 최대도시인 {오클랜드}엔 이젠 한글간판을 내건 한국인 상점들이 문을 열고 있고 관광도시 {로토루아}나 {크라이스트처치}의 호텔에선 한국인 관광객들을 손쉽게 만날수 있다. 우리의 신세대 이민물결이 남태평양의 조용한 나라에 {코리아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교민사회 빠른성장**

60-70년대 미국으로의 이민이 활기를 띠면서 {코메리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처럼 이제 뉴질랜드에서도 {코질랜드}(코리아의 뉴질랜드라는말)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우리교민들의 힘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불과 2-3년사이의이같은 교민사회의 성장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인의 힘을 상징하는 것으로 무척 고무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교민사회의 성장속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불거지고있어 우리의 마음을어둡게하는 부분도 있다. 무턱대고 이주한뒤 정착에 실패해 다시 환국하는사례가 있는가하면 투자이민으로 들어와선 당초 약속과는 달리 사업은 하지않고 골프등으로 허송하고있는 경우도 있어 교민들은 물론 뉴질랜드인들의 눈총을 받고있다.

아직까지는 뉴질랜드의 정부나 국민들이 한국을 보는 시각은 아주 긍정적이다. 이같은 좋은 여건을 계속 유지하도록 현재 불거지고 있는 부정적측면을빨리 제거하고 {남태평양의 코질랜드}의 영역을 넓혀나가야할 것이다.(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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