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대구보선과 한국정치

입력 1994-08-03 00:00:00

**새옷입은 선거제도**민주주의라는 생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사회에서의 선거란 역시 주권자의존재를 확인하는 공동체의 두레의식이다.

대구 수성갑을 비롯한 3곳의 8.2보선이라는 두레의식중에서 대구 보선이 가지는 몇가지의 중요한 정치적 의의를 먼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첫째는 이번 보선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이라는 새로운 경기규칙하에서 치러진 실험무대였다는 사실이다. 해방후 근 50년간 한국 정치판을 시궁창속에 몰아 넣었던 돈과 폭력에 얼룩진 선거판을 과연 청산할수 있는가를유권자와 후보자 모두에게 엄숙하게 물어보는 계기였다는 점이다. 이점이 바로 흔히들 말하는 민주주의의 정치적 필요조건이라 할수 있는 선거혁명의 가능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주권자 개개인의 선택인 한표 한표가 모여서 만들어 내는 사회적 선택을 여의도의사당에서 건전하게 대변할수 있는 인물을 걸러 낼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점은 바로 새 선거법하에서 민주주의의 정치적 충분조건이라 할수 있는 인물혁명의 가능성 여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셋째로는 YS정부 출범 이후 한국정치의 핵심으로 등장한 소위 TK정서라고 하는 대구민심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를 검증하는 기회라는 점이다.

정치적으로는 '비민주반민자'로 곧잘 표현되고 있는 TK정서가 과연 대구민심인지의 여부와 이것이 95년의 자치단체장선거와 96년의 15대 총선에서 어떻게투영될지를 예측할수 있는 잣대를 제공할수 있는 계기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선거혁명의 가능성부터 검토해 보자.

**헌옷입은 후보자들**

선거란 주권자만큼이나 많은 개인의 선택들을 모아 하나의 사회적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의 과정이다. 이러한 선택의 과정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만들고자하는 것이 새 선거법의 기본적 목표요 정신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새 선거법자체에 다소간의 문제점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과거의 시궁창같았던 선거판에 비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돈은 묶고 말은 풀어준다는 새 방식이 선거의 현장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막판에 후보간의 인신공격이나 중상모략 또는 흑색선전물의 유포와 같은 구태가 재연된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합동유세장에서 볼수 있었던 홍보물 공해가 사라진 점이라든가 후보자가 제한없는 개인연설회를 통하여 유권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었던 점등은 새 제도의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제도는 반드시 한번 손질을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우리의 정치풍토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새 선거법하에서 후보자와 자원봉사자간에 자칫 잘못되면 합법적인 음성적 금전거래가 얼마든지 이루어 질 수 있다는점이다. 그런점에서 선거의 공영화를 강화한다는 정신에서 자원봉사자를 전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방안도 한번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런점에서 선거에서의 여당 프리미엄인 관권과 금권을 과감히 척결한김영삼대통령의 결단은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새 선거법하에서의 인물혁명의 가능성은 어떠한가. 우선 정치 신인의 등장이 과거보다는 훨씬용이하게 되어 선택의 대상이 넓어 진 점은 인정 할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오히려 인물혁명의 가능성을 차단할수 있는 걸림돌이 될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이번 수성갑의 경우 정당공천자 3명과 무소속후보 9명등 무려 12명이나등록하였다. 무소속 9명중에는 물론 정치조작의 산물이라고 유추 할수 있는후보자도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수십년만에 내습한 가뭄이나 김일성사망 탓도 있겠지만 과다한 후보 난립 현상은 분명히 수성갑 유권자들에게 찌는듯한 무더위속에 엄청난 고통과 공해를안겨준 것으로 판단된다. 이점에 대해서는 후보자들이 겸허하게 유권자에게사죄해야 할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차별화 하여 손쉽게선택할수 있도록 후보자들이 국정 운영에 관한 구체적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고, 인신공격이나 유인물을 통해 흑색선전을 하는등의 불법행위를한 후보자는 민주사회의 공적으로서 철저한 조사를 거쳐 단호하게 사법처리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어쨌든 이번 수성갑 보선에서는 인물 혁명의 실험에서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47%라는 상식이하의 투표율이 이점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대구민심과 한국정치**

우리는 앞으로 중차대한 정치일정을 갖고 있다. 95년에는 자치단체장선거를또 96년에는 15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것은 바로 98년의 대통령선거와도 직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능한 국민이 유능한 정부를 가질수 없고 유능한 국민이 무능한 정부를 가질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이치인 것이다. 이제 내년이면 해방50년이 되는 시점이고 우리 모두가 다같이 선거혁명의 필요성과 인물혁명의 당위성을 정치와 선거의 현장에서 생활화하고 체질화할때도 된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번 수성갑 보선의 결과와관련하여 TK정서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는 대구민심을 앞으로의 한국정치 구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향후 선거에 어떻게 투영하고 예측할수 있겠는가.물론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대구민심은여전히 '비민주반민자'에 덧붙여 '부신민'의 상황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