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혹서보선 그래도 관심을

입력 1994-07-20 08:00:00

대구수성갑.경주.녕월-평창등 3개지역의 보선은 새로운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선거초반의 현상으로는 종래에 있어 왔던 금품.향응의 타락양상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후보와 자원봉사자등의 발로 뛰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그런 선거운동방법가운데 핸드마이크를 든 후보들이 유권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모인 아침운동장소, 양로원, 시장, 아파트단지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나 전화걸기등이 가장 흔하다.이처럼 선거초반의 공명선거양상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후보난립으로 인한 과열경쟁과 곡서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선거무관심과 염증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대구수성갑은 12명의 후보가 등록해 선거사상 제헌의원선거를 빼고는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임으로써 선거운동의 과열을 예고하는 것이다. 아직은 과열로 빚어지는 부작용이 별로 나타나고있지는 않지만 선거유세의 제한완화로 장소와 시간의 겹치기등 마찰을 빚을가능성이 높고 후보간의 인신공격이나 선거운동원들의 충돌이 걱정된다. 그래서 이번 선거로 선거혁명을 이룩한다는 시대적 명제를 갖고 있는 만큼 후보들은 지금까지의 자중, 자제하는 태도를 지속하는 것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길임을 명심해야한다. 특히 무더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이성적인 제어를하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후보간에 선의의 경쟁으로 짜증나지않는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그러나 정말 걱정되는 것은 더위로 인한 유권자들의 선거무관심이다. 이미이같은 무관심현상은 여러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보들의 개인유세가시작됐지만 청중이 거의 모이지 않고 모인 청중들도 유세가 끝나기전에 자리를 뜬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아파트단지등에선 개인연설회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유세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또한 전화홍보도더위에 짜증스런 유권자들에겐 귀찮게 여겨져 전화를 제대로 받지않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선거가 주민대표를 뽑는 축제라기보다 주민들에겐 고통스런 행사일수 밖에 없다. 무관심을 넘어 싫어하는 상황이 되는셈이다.

물론 혹서중의 선거는 후보와 유권자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이번선거는 30년만에 맞는 문민시대의 가장 핵심적 개혁과제라 할수 있는 정치개혁의 첫걸음을 내딛는 행사란 점에서 이를 극복하는 성숙성을 보일 때라하겠다.

후보가 아무리 깨끗한 선거운동을 한다해도 유권자가 무관심하다면 그선거는기대하는 결과를 낳을수 없다. 바람직한 대표를 선택하기위해선 덥더라도 후보의 정견을 들어보고 그들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위한 성의와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것이다.

곡서가 유권자들의 권리를 포기케하는 보선이 돼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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