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대구정서는 대구를 살리는가

입력 1994-07-16 08:00:00

지금 상당수 대구시민들은 찌는 더위만큼이나 불쾌지수가 높은 것 같다.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김영삼 정부가 지역출신인사를 배제하고 대구를 푸대접한다는 생각과 아울러 지역발전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대구정서란 용어가 생겨났다. 대구정서라는 말은대체로 문민정부에 대한 대구사람들의 반발심으로 이해되고 있다.**푸대접에 대한 반발**그런데 최근 대구사회연구소의 시민의견조사 결과 대구정서가 주로 문민정부등장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기득권층의 정서임이 밝혀졌다. 즉 대구정서는일부 정치인을 비롯한 지역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든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지역출신 인사에 대한 표적사정과 대구지역 푸대접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심리임이 확인되었다. 한편 대구정서속에는시민들의 소박한 애향심이 깔려 있음이 간과될 수 없다.

이와같이 대구정서에는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고 있지만현재 그 부정적 측면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 대구분지를 뒤덮고 있는 이 대구정서는 과연 앞으로 대구지역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구정서는 대구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침체시킬 것인가?

**편협한 지역이기주의**

그것이 누구의 정서이든, 그 본색이 무엇이든, 대구정서는 미래지향적 자세로 과거를 겸허하게 반성하는 정서가 아니라, 과거에 집착하여 미래로 향한전진에 발목을 잡는 정서가 아닐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내세우고당당하게 주장하여 설복할 수 있는 정서가 아니라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에서생긴 설득력없는 냉소적 정서가 아닐까?

이와같이 대구정서가 과거지향적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는정서라고 한다면, 그것이 대구지역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을 보듯 훤하지 않을까? 국제화 시대, 개혁시대, 지방화 시대라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주민들의 높은 창의력과 적극적 참여가 그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정서는 백해무익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구정서가 잘만 활용되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동안 대구정서때문에 누가 덕을 봤는가? 대구정서가 확산되고 고양되는 바람에 결국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연계되었던 지역 기득권층의 이익이 보호되고만 것이 아닐까? 개혁시대에 마땅히 퇴장해야할 인물들이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없이 다시 등장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빗나간 대구정서가 대구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특정인 {한풀이용}**

더욱이 대구정서가 특정 정치세력의 입지 강화에 악용되거나 특정인의 한풀이에 이용되는 것이 대구의 발전과 명예에 도움이 될까.

대구의 발전을 걱정하는 양식있는 대구시민은 대구정서가 어떤 사사로운 목적에 악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누구든 진정으로 대구를 사랑한다면과거 지향적이고 백해무익한 대구정서를 부추겨서는 안될 것이다. 반면 소박한 애향심으로서의 {대구정서}의 긍정적 측면은 민주적인 {대구시민의식}으로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전환기를 맞이하여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식이 요구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고 대구를 고립시킬지 모르는 대구정서의포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자율적이고 자생력있는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구시민의식을 길러나갈 것인가? 지금 대구시민이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21세기 대구가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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