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2년말 대통령 선거공약에 따라 추진해온 농지법의 제정안이 마침내 확정됐다.농지법 제정은 지난58년이후 모두 6차례에 걸쳐 시도됐으나 그때마다 이해관계자들의 견해가 엇갈려 실패를 거듭했다.
정부는 그러나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이후 개방화.국제화가 급진전되는 상황에서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위해 농업의 기본법이라고 할수 있는 농지법의 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또 농지관련 법률이 헌법을 포함, 무려 24개에 달할 만큼 복잡하고 내용이중복.상충되고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 국민들의 불편이 크다는 점에서도 이를체계적으로 정비한 농지법의 제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번 농지법 제정안은 먼저 농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전한 경영과 자본이 농업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농지에 관한 각종 규제를대폭 완화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는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농지를 사들이거나 임차해 규모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농지법의 근본취지인 것이다.
이를 위해 농지소유상한을 농업진흥지역은 현재 10-20ha인 것을 완전 폐지했으며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농지소재지 6개월 거주요건과 거주지로부터 농지까지의 거리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같은 규제는 그동안 비농민의 투기적 농지소유를 억제하는데 기여해왔으나이제는 소극적인 규제정책이 개방화시대에 농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되고 있다.
거리제한이 없어짐으로써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이 농사를 지을 의사와 능력이 확인되면 영호남 지역의 농지를 구입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따라서 그동안 일컬어져오던 부재지주 즉, 농지가 소재한 지역에 거주하지않는 땅의 주인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해지게 됐다.
정부는 또 그동안 유지해온 가족농의 문제점을 보완해 현대적 경영방식을도입한 농업회사법인에도 농지소유를 허용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농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농지법에 담았다.
농업회사법인은 주식회사를 제외한 유한, 합명, 합자회사의 경우 제한없이농지소유가 허용되고 농민이 아닌 사람도 절반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지분을소유할 수있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소유규제 완화에 따른 투기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고농업의 규모화를 촉진하기 위해 농지취득 자격을 새롭게 정립하고 지금까지소홀히 해왔던 농지취득후의 사후관리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이는 지금까지 비농가의 농지소유를 직접 규제하지 않고 농지의 취득만을규제함에 따라 이농.상속 등에 의한 비농가의 농지소유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우선 농지의 소유자격을 원칙적으로 농업을 경영하거나 종사하는 농업인과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이들이 자기의 농업경영(자경)에 이용하는 경우만 농지소유를 허용키로 했다.
따라서 농사를 지은지 5년정도가 경과하지 않은 농민이 농사를 짓지 않게되면 이들 농지를 1년이내에 모두 처분해야 하며 상속받은 농지, 농사를 지은지 5년이 넘어 불가피하게 이농을 하는 사람의 농지는 1ha초과분에 대해서는모두 처분토록 했다.
또 농지를 취득할 때 발급하는 농지매매증명에 대한 농지관리위원회의 심사를 강화, 영농계획서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농지매매증명 부정발급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이와함께 자경을 {소유농지의 경작에 상시 종사하는 경우나 소유농지 농업생산과정의 절반이상을 자기의 노력에 의해 경작하는 경우}로 제한했다.정부는 이밖에 농지의 이용을 효율화하고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농지이용증진사업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하고 농어촌산업지역을 지정해 이 지역에2.3차산업을 자유롭게 유치할 수 있도록 했으며 농지의 형질변경을 자유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확정한 농지법 제정안은 아직도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 따라상당한 논란을 빚을 소지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공청회와 국회심의과정에서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되고 있다.
새로운 농지법 제정안은 농지의 소유 및 이용규제를 완화하는 측면이 있는가하면 농지의 투기를 유발하고 기존 가족농체계를 무너뜨릴 소지를 안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상당수의 농업전문가들은 농지의 소유규제를 완화해놓고 완벽한 사후심사를 소홀히 한다면 농지의 규모화보다는 오히려 농지가 비농민들에게 크게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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