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후계체제는 맏아들인 김정일로 이행되고 있는 것 같다. 김일성생전에 계획하고 준비해온 권력세습이 기존질서와 힘에 의해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상중이기 때문에 후계체제에 대한 내부갈등이나 권력투쟁의 심도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아 정확하게가늠할수는 없지만 김정일의 영도력과 신뢰도는 불투명.불확실하여 북한의 앞날은 지극히 불안한 것만은 틀림없는듯 하다.세계적으로 희귀한 일이긴 하지만 독재자 2세는 반드시 선대의 유지를 받들어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머니의 치마폭을떠나보지 못한 아이가 외부세계의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없듯이 신에 가까운절대군주밑에서 후계자로 양성되어온 2세는 선대의 모습과 행위가 바로 통치철학의 교과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직 김정일체제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을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상당기간 김일성의 전철을 밟을 것이며 모든 대외정책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예상은 최근 김용순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이 이홍구부총리앞으로 보내온 "남북회담은 북한측 유고로 연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서한에서 읽을 수 있으며 또 중국의 전그침외교부장의 "북한은 김일성주석의 생전 정책 결정에 따라 평화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는발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북한관계 전문가들이 예고하고 있는 내부적 혼란이 후계권력이기반을 잡지 못하고 있는 과도기에 빚어질 경우에는 한반도는 다시 긴장과불안에 휩싸이고 남북관계와 미.북관계까지 악화되리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정일의 개인적 특성은 개방지향성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면은 편집광적인폭력성향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이 악화될 경우 허무주의를바탕에 깐 모험심이 폭발하여 대남도발을 일으킬지도 모른다.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평화통일이지만 북한의 체제전복으로 인한 불가피한통일이나 다른 이유에서의 흡수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면 북한의 후계체제가 안정을 얻도록 우리는 지원하고 또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그들이 남북정상회담의 재추진을, 그리고 미.북간 3단계 고위급 회담의 재개에 나설수 있도록 직간접으로 밀어 주어야 할것이다.
북한은 지금 경제적으로도 몹시 어렵거니와 김일성주석의 사망으로 인해 기존 체제의 존립까지 흔들리는등 난국에 처해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느긋한 마음으로 북한의 동태를 지켜 보면서 불안해 하는 그들을 외교적 경로를통해 안심시켜주는 일도 게을리 해선 안될 것이다. 안정을 얻은 북한은 더디겠지만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오게 될것이다. 그러나 돌발사태에 대한 경계는한시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