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1일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연기했다. 북한이언제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언급이 없어과연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누구도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이와 마찬가지로 김일성 사후의 남북관계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국내외 전문가들의 견해와 전망은 크게 엇갈려 있다.
현재로서는 김정일이 예상보다 빠르게 현 사태를 주도, 순조롭게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며, 과도기를 잠시 거치고 나면 대남및 대외정책도 고 김주석의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다.
북한노동당이 당중앙위원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전원을 11일까지 평양에 도착하도록 지시하고 각계 각층에서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가 잇따르고 있는데서도 김비서의 권력장악은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는듯 하다.이들은 김정일이 20년이상 {제왕수업}을 받고 북한 3대 권력중 하나인 국방위원장직을 맡음으로써 아버지인 김주석과 권력을 공유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이렇게 볼 때 카터 전미대통령 방북이후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와 관련된커다란 {정책전환} 움직임도 김부자가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설득력을 갖는다. 김정일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준비상황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들이다.
더욱이 김정일의 수족인 김용순 김달현 연형묵 황장엽등이 북한내 개방파 실세로 분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김비서 역시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개방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김주석이 자신의 사후에 대비, 아들인 김정일을 돕기 위해 권력서열6위로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진 삼촌 김영주가 북한의 대표적 경제특구인 나진선봉자유무역지대 책임을 맡게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비록 소수견해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친 않다.김정일이 내부 절차를 거쳐 명실상부한 {수령}으로 오른다해도 산전수전을다 겪으면서 카리스마를 세웠던 아버지와는 달리 {실전을 거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앞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북관계개선과 대외경제개방은 불가피하게 북한 인민의 욕구를 분출시키고바깥세상에 대한 눈을 틔워 줄 것이기 때문에 김비서의 미숙한 정치력으로는이를 조절 통제하기 힘들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그럴 경우 김정일로서는 당연히 북한 내부를 다지는 작업에 최우선적인 역점을 둘 것이고 남북관계나 대외관계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없지 않다. 오히려 남북관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감으로써 폐쇄적 체제유지에 안간힘을 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 전개를 예측하는데 간과할 수없는 또하나의 요소는 김정일체제 구축과정 못지않게 한국과 미국을 비롯, 중국 일본 러시아등이 김비서체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해 나가겠느냐는 점이다.
이들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김비서체제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에는 북한의 향후 대남및 대외정책이 극단적 체체고수 쪽으로 흘러갈 것임은 두말할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 내부의 권력향배를 예의 주시하고는 있으나 김정일체제에대한 판단은 유보하고 있다.
북한 자체내의 합법적 절차를 거쳐 김정일이 새로운 통치자로 등장할 경우이를 인정하기도, 그렇다고 무시만할 수도 없는 {복합적 감정}을 지니고 있다.하지만 정부는 김주석 사망이 북한 내부가 쿠데타등 혼란을 야기, 현 시점에서 내부 붕괴하기보다는 일단 위기를 조속히 수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유지되기를 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한승주외무장관이 11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지난번합의사항은 유효하며 북한 내부에 새로운 상황과 여건이 조성되면 정상회담재개를 협의할수 있다고 말한 데서도 잘 나타나 있다.
김정일체제 구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지금 명시적으로 이를 인정할 수는없지만 실제로 김비서가 북한의 또 다른 {수령}으로 들어선다면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