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선인장이야기82

입력 1994-07-07 00:00:00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책들, 그리고 개키지 않은 이부자리, 어지러이 널려있는 술병들.... 준수는 없었다.정신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나는 몇번이나 숫자판의 1을 되풀이해 눌렀다. 경비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경찰을 따라 갔다. 막 달려온 앰뷸런스에서 구급대원들이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뚫고 들어갔다. 반듯이 뉘여져 있는 준수의 모습을 보며 나는 아악 소리를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준수의머리 위로 어머니가 만든 삼베 이불이 막 덮여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을뜨면서도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미수, 혜수의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흑흑 흐느껴 울고 있는 미수에게 [왜 우니?]하고말했지만 입안에서만 맴돌 뿐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말을 하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준... 수...... 준수를 데려와.]

나도 모르게 나는 나의 가슴을 헤집으며 쥐어 뜯고 있었다. 혜수가 나의 두손을 모아 제손안에 꼭 싸안아 쥐며 말했다.

[언니. 이러지 마. 아무리 괴롭더래도 견뎌야 해 오빤 여기 못 와.] 나는 혜수의 손을 온 힘을 다해 홱 뿌리쳤다. 준수의 얼굴 위로 덮이던 홑이불 자락이 떠올라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팔에 꽂힌 링겔주사를 잡아 빼며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쳤다.

[준수 어딨니? 준수 어딨어? 어디 갔어?] 진정하라며 나를 잡는 간호사를 밀치며 소리를 지르며 병실문을 나서다가 나는 자리에 다시 힘없이 퍽 주저 앉고 말았다. 그제서야 네거리에서의 일이 생생하게 생각이 났다.[쯧쯧, 제정신이 아닌가 봐. 발가벗고 달려 오는 트럭에 뛰어 들다니......][정말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답니까? 횡단 보도도 아니고 파란신호도 아닌데 저로서도 멈출만한 겨를도 없었다니까요.] 한 사고 목격자와 준수가 뛰어 들었던 트럭의 운전사가 했던 말도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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