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동결 수교 줄다리기

입력 1994-07-06 00:00:00

이번회담의 북한측대표인 강석주외교부부부장의 제네바 도착소식이 이례적으로 외신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된지 48시간만인 6일 오전5시(한국시간) 미국측대표인 로버트 칼루치차관보는 미국무부 브리핑 룸에 모습을 나타냈다.그는 기다리고 있는 수백여기자들의 카메라와 마이크세례에 전례없이 시종밝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지난해 4월 뉴욕 제1차회담때와 같은해7월 제2차회담때의 어정쩡했던 얼굴과는 사뭇 달랐다. 그것은 이번회담에 들고갈 그의 보따리에 북한을 설득시킬수 있는 다양한 {카드}와 선물이 들어있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실제 미국은 이번회담이 북한핵문제를 {광범위하고도 포괄적으로} 풀기위한마지막기회로 보고 백악관과 국무부의 주관아래 한국과 일본등 우방과 협의하여 북한측이 제시할 예상카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소식이다.그래서 디디마이어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도 과거 그 어느때보다 진실되게 임할것으로 보고 아예 이번 회담일정은 기간에 구애없이 {마라톤식}으로 계속할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즉 회담초기인 8, 9일 이틀간은 양국이 가져온 보따리를 완전히 풀고 10일(일요일)하루는 본국과 협의과정을 거친뒤 다시 11일부터는 사안별로 토의에 들어가되 만약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면 회담결렬을 선언하지 않고 14-15일께 일단 1차접촉을 마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25일로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기다리는 전략으로 남북한의 두정상이 매듭을 풀어줄것을 기대, 정상회담이 끝난후 2차접촉을 재개한다는 전략이다.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쉽게 얘기해 북한이 과거에 어떠한 핵활동을 해왔고지금은 어떤 실정인지를 {이실직고}하고 앞으로 절대로 핵개발을 않겠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는 것이다. 이를 흔히 {핵안정성 확보} {핵투명성 보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문제는 과거에 어떠한 핵활동을 해 왔는지는북한이 과민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동안 누누이 과거는 묻지 말라고 강조했고 이번 카터방북때 김일성도 앞으로 핵활동은 동결하겠다고했지만 과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다행히 한미양국도 이점에 대해 한발 양보, 일단 유보하되 결코 덮어 줄수는없다는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의 이슈는 오히려 북한의NPT완전복귀, 지난달 교체해 냉각중인 8천개 연료봉의 재처리포기문제가 미국에 의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문제가 북한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면미국은 서둘러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한다는 단순하지만 확고한 전략이다.물론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및 이란 이라크 시리아등 중동국가에 대한 수출등도 주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북한은 지금까지 {과거는 묻지 말것}과 핵동결문제와 북-미 수교문제를 마치 필요조건처럼 전후 순서를 정해 처리할게 아니라 동시에 타결해야한다는 소위 {일괄타결}을 고수, 미국의 주장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핵동결과 미국과의 수교를 바꾸자는 것이다. 과연 북한이 이번 회담에어떻게 태도를 바꾸어 깊은 불신속에 난마처럼 꼬여있는 핵문제를 풀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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