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요미우리신문

입력 1994-07-05 12:37:00

김영삼 한국대통령과 김일성 북한주석의 정상회담을 25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실현된다면 지난48년 한반도에 남북 2개의 정부가 수립된 이래 첫 역사적 회담이 된다. 이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까. 8일부터의 북-미고위회담 제3라운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정상회담이 성공해,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 남북 화해.협력의 흐름이 서로 맞물리면서정착된다면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최종적으로는 핵문제가 해결되고 북-미관계와 북-일관계의 정상화도 이뤄져 한반도에 탈냉전의신질서 태동을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열쇠는 역시 핵문제의 향방이며, 북한이 취하고 나올 태도여하에 달려있다고하겠다. 카터의 방북으로 부상된 정상회담이지만, 그 성패는 핵문제와 한 세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상간의 신뢰도 생겨날 리가 없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합의는 쌍방이 대립할 우려가 있는 의제를뒤로 미룬채 도출했다. 상호주의 입장에서 한국이 제안한 제2차 회담의 서울개최에 대해서도 한국측이 양보해 평양회담에 맡김으로써, 어떻게든 서둘러합의를 만든 형식이 됐다.

김대통령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는지 모른다. 핵문제를 미국에만 맡겨두지 않고 자신이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불투명한 것은 김주석의 진의다. 북.미협상에서 입장강화의 제재를 피하는 시간벌기 방편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정상회담의 큰 성과는 기대할 수가 없다. 북.미회담 진행여하에 따라서는 회담 자체가 유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평양회담에서 김주석이 핵의혹문제를 회피하고 1민족.1국가.2제도.2정부의연방제통일안을 포함해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노선}을 강요해 올 가능성도있다. 김대통령에게 {대미.대일 의존정책}의 포기라든가 미군철수,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짐, 미국 핵우산으로부터의 이탈등을 요구해 올지도 모른다.통일방식에 있어서는 제2단계에서 2정부의 남북연합을 상정하는 한국의 3단계안과 접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27일은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체결 기념일로 북한은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이다. 바로 그날의 정상회담을 한국이받아들인 것은 휴전협정을 한국을 상대로하는 평화협정으로 바꾸도록 김주석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성공여부는 의문스럽다. 만나는 데 의미가있다는 시각도 있으나 냥정상의 회담이 상호 진의를 확인하는 장이 되리라는것은 분명하다. 또 북한이 일단 제재의 벼랑끝에 섰던 직후의 정상회담이라는 사정도 있다. 그러나 평양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연결될지 여전히낙관은 금물이라고 말할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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