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반복되는 아픈경험

입력 1994-07-05 00:00:00

박철언전의원의 부인 현경자씨가 대구수성갑 보선에 출마한다고 한다. 출마의 변은 남편의 유죄여부를 사법부의 판단이 아닌 유권자들의 심판을 통해검증받겠다는 것이다. 험난한 정치판에 부인까지 내몰수는 없다던 박전의원이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위험한 선택을 한 것으로 미루어 비장감 마저느껴진다.대구는 지난87년 대선이후 매년 선거를 치러왔다. 88년 총선, 90년 서갑보선,91년 지방의원선거, 92년 총선, 93년 동을보선 그리고 올해 수성갑 보선까지 지난89년을 제외하고 선거로 날을 지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내년의 4대 지방선거, 96년 총선, 97년 대선까지 치러야 한다고 볼 때 11년간 10차례나 선거를 해야한다는 얘기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축제다. 그런데 축제여야 할 선거가 늘 극심한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부추겨왔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물론 우리선거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 동을보선과 90년의서갑보선은 지역국회의원들을 선거운동원으로 동원할 정도로 극도의 과열.타락양상을 보였고 중앙정치권력이 선거에 개입, 대구사회를 반목과 질시의 울타리속에 가두어 놓았다.

이번 수성갑 보선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쓰라린 경험을 또다시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전의원 진영에서 이번 보선을 박전의원대 김영삼대통령의 싸움으로 몰아붙일 기세이기 때문이다.

대구가 전국15개 시도중 GRP가 꼴찌를 맴돌도록 대구출신 정치인들이 아무것도 한 게 없다는 점도 되새겨 볼 대목이다.

수성갑 보선이 대구이외의 지역에서 벌써부터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고한다. 어쩌면 그들의 관심은 호사일수있고 가학적 취미로도 보여진다. 우리는 구경할테니 너희들끼리 한번 싸워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성갑 보선이 대구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수성갑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만이 대구를 21세기의 중심도시로 발돋움 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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