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서도 그 사람과 결혼해서 한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쉬 하지 못하는 혜수와 음악을 오랫동안 해 왔으면서도 그 음악을 통해서 얻을 수있는 외면적인 것에 매어 달리지 못하고 있는 그. 그들이 내겐 낯설기만 했다.밤내내 혜수와 내가 나눈 이야기란 것이 한결같이 그런 식이라 모두 기억할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생각도 행동도 나는 혜수처럼 끈질기고 치밀하게 해본 적이 없었기에 혜수가 하는 이야기들이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내내 혜수가 왜 그처럼 복잡한 생각들을 하느냐는 생각만 했다. 어떤유형의 사람들에겐 그저 그런 복잡한 생각들이 불처럼 일어나는 경우도 있을거라는 식으로 나는 혜수를 이해했다. 혜수는 그런 이야기를 내가 알아 듣고말고에 상관없이 얼마간 자신을 정리하는 계기로 삼는 것 같았다.그렇게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버리고 나니 후련한지 혜수는 며칠을 아주 푹쉬는 눈치였다. 드러누워 책만 보던 혜수는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갔다.연극도 하고 그도 다시 만나면서 오히려 수술하기 전보다 더 쾌활하게 지냈다.
헌데 혜수가 좀 안정된 반면 이번엔 준수가 심상치 않았다. 혜수의 일로 술을 마시고 다니는 경우가 부쩍 잦아지는가 했더니 어느날부터 더이상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집에서 잠만 늘어지게 자곤 하더니 무엇인가를 중얼거리며 서성거리기 시작한 거였다.
[푸른......망또를......걸치고, 그는......한량없이......대지에 뿌리를내린.....]
이렇게 중얼거리는가 하면 또 이렇게도 중얼거리는 것이었다.[곱사등이에게서......혹을......떼어낸다는 건 마치......그를 죽으라는 것과 같지......]
처음에 우리는 준수가 그저 책의 한 부분을 암송하고 있다고만 여겼다. 실제로 그가 중얼거리고 다닌 것들은 키에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 셰익스피어의 {햄릿}, 니이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같은 책들의 내용을 그대로 암송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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