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선인장 이야기(76)

입력 1994-06-30 08:00:00

밥상을 치우며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나는 음악 이야기를 꺼냈다. 음악 이야기라면 나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았고 혜수의 상태를 좀 편하게 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혜수의 옆에 엎드리며 나는 비교적 솔직하게 다른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네 이야기는 사실 듣고는 있어도 내겐 황당하기만 해. 요즈음엔 명상이나요가센터 같은 것도 많던데 그런데 가서 본격적으로 닦아 보는 것은 어떠니?네가 관심있는 것이라면 막연하게 내버려 두기보다 그게 좋지 않겠니? 참,그 신영우라는 사람, 음악을 한댔지? 어떤 음악을 하고 있니? 네 이야기를들으며 생각한 건데 너도 음악은 좋아하잖니?]

혜수도 나의 옆에 베개를 쌓아 등을 비스듬히 기대며 드러누웠다.[응, 그는 작곡을 해. 몇곡은 연주가 되기도 했지만 영우씨 자신은 그다지하고 있는 작업을 좋아하지 않고 온갖 예술이란 것들을 신뢰하지도 않는 것같아. 오히려 그는 직관력이 뛰어난 철학가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거야]

혜수는 멍청해하는 나에게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철학이 음악에 반영될 수 있는 거겠지만 그에겐 오히려 음악도 그가추구하는 정신세계의 일부분으로 작용하고 있거든. 말하자면 그에게 음악은전부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으로써......]

어떤 경우엔 설명을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사실이 있는데 혜수의 이야기가바로 그랬다. 혜수는 그를 나에게 이해시키려고 하면서도 점점 내가 알아듣기힘든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 내가 말참견을 했다.

[그러니까, 네 이야기는 그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음악에 담아낼 수 있는게아니라는 거니?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 않겠니? 천하의 베토벤인들 그럴 수없었을 텐데......]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혜수는 좀 더 적당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인듯 눈을지긋이 감고 생각에 잠겨 있더니 여전히 내겐 이해하기 곤란한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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