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공지영 나란히 소설집

입력 1994-06-29 08:00:00

중견작가 현기영씨가 오랜만에 소설집 {마지막 테우리}를, 젊은 여성작가 공지영씨가 첫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를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란히 출간했다.고통이 가시지않는 세월의 더께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반추하는 일관된 글쓰기에 매달려 있는 현기영씨와 가까운 80년대의 격정을 겪어오면서 체험적 소설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공지영씨의 이번 작품집에는 절제되고 압축된 문장등단편의 미학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중단편이 담겨있다.

제주현대사의 비극을 끈기있게 작품속에 다뤄온 현기영씨의 소설집 {마지막테우리}(창작과 비평사 간)는 올해 제2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작품인 표제작을비롯 일곱편의 중단편과 희곡이 실려있다. 비록 과작이지만 작가 현씨는 일관되게 제주도에서 벌어진 근현대사의 수난과 이 섬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주민들의 고통을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쓰라린 과거 기억속에 살아가는 늙은 목동의 이야기인 {마지막 테우리}와 불온사상자로 낙인찍혀 고통속에 일생을 살아가는 해녀의 삶을 그린 {거룩한 생애}, 4.3희생자의 원혼 한풀이굿에업보처럼 매달리는 무당을 주인공으로한 {목마른 신들}, 4.3희생자와 가해자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낸 {쇠와 살}등 이번 소설집에 실은 작품들도예외가 아니다.

80년대 10여년을 보내면서 격정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글쓰기를 등한히했다는게 작가의 고백이지만 [단편소설이 요구하는 모든 요소를 고루 갖추고있는그의 작품들은 침착한 형식의 엄격성과 그 단단한 형식을 폭파시킬 듯한 격렬한 내용의 결합으로 깊이를 더하고 있다]고 문학평론가 렴무웅씨는 평가한다.

페미니즘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독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공지영씨의 첫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창작과 비평사 간)에는 등단작품에서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모두 9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은 80년대를 거쳐 90년대로 이어지는 세월의 변화와 새로운 환경속에서 갖가지 곡절과 혼돈을 겪는 젊은 세대들이다.80년대 어려운 시대상황을 체험한 젊은이들의 어려운 사회화과정이 주흐름을 이루고 있는 그의 소설에는 현실을 지탱하는 틀에 대해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들여다보이며 성적인 억압구조에 대한 추적이 나타나고 피폐한 농촌현실과 농촌여성의 삶이 드러나기도한다. 이같은 현실문제에 대한 작가의 화두는표제에서 읽을 수 있듯 절망속에서 시대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로 귀결되며 인간됨의 삶의 방식을 비록 문학을 통해서라도 구현해내고 싶은 욕망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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