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선인장이야기

입력 1994-06-21 08:00:00

[하지만 얘, 내가 만일 그런 경우라면 아이를 없앨 수 없을 것 같아. 아이를낳지 못할 이유도 없지 않니? 이쯤에서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쁠 것 없지 않니? 결혼을 하고 살림을 살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하다 보면 모든 게 차츰 나아질지도 모르지 않니? 다른 무엇을 하겠다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축복이라면 축복일 수 있는 생명을 저버리겠다는 거니?그렇게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나라면 할 수 없을 것 같아]내가 혜수를 자리에 눕히며 타일러 보았다.[무엇이 자연을 따르는 삶일까? 우리들의 삶에 자연스러운 게 어디 있어? 인간들의 삶은 오직 자연을 거스르는 것 위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면 나도 이렇게까진 지치지 않았을 텐데...피임을 하는 것은 자연에 반하는 행동이 아닐까? 남의 피를 수혈받아 생명을 연장하는 것, 동물원 우리에 짐승들을 잡아 넣고 구경거리로 만드는 것은자연에 반하는 게 아니고? 아무도, 이 세상에 사는 그 누구도 도덕적으로 결백하지 않으면서도 우린 그런 게 가능이나 한듯 착각하는 거 아닐까? 그래.이야기를 확장할 건 없겠지.난 어쨌든 이 아이를 전혀 사랑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정말 임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그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잉태된 아이를 볼모로 이런 세상에서 살아 가도록 한다는 게 내키지않는 일이야]

나는 혜수의 이야기에 어떻게든 쐐기를 박고 싶었다. 무척 진지한 태도이긴했지만 혜수의 이야기는 나도 잘 모르고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중요한 것을놓치고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할 수가 없었다. 그처럼 혜수에게 차가운 일면이 있다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 무슨 생각이있어서 혜수는 그 생각때문에 자신의 신변상의 일을 일부러 가볍게 처리하려드는 것도 같았다.

나는 웬지 몹시 화가 났다. 아직 아이를 낳고 말고 하는 데에 대해 한번도생각해 보지 않은 나이긴 하지만 그런 문제엔 다른 어떤 중요한 것들이 있으리라고 나는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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