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독폐기물 매립장의붕괴

입력 1994-06-21 00:00:00

산업폐기물은 생활쓰레기와 판이하다. 농경시대의 생활쓰레기는 바로 거름이되어 식물을 키우지만 오늘의 생활쓰레기는 대부분 거름이 될수없을뿐 아니라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오히려 생물을 죽이는 독약구실을 하는게많다. 그러나 우리의 일반적 의식은 아직도 산업폐기물을 생활쓰레기쯤으로아는 수준이다. 그렇지않고는 어떻게 산업폐기물을 가둬둔 매립장이 1백미리미터안팎의 강우에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려 농경지를 망치고 강과 바다를오염시킬수 있는가. 20일 새벽 영일군 대송면에서 일어난 산업폐기물 매립지붕괴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우리의 허술한 환경의식의 아픈데를 찌른것으로 봐야한다.이번 사고에서 이해할수 없는점들이 많다. 포항철강공단및 영남지방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국내 최대업체가 시설을 그렇게 엉성하게할수있는지 알수없다. 30만톤이나 가둬둔 매립장의 둑이 높이 5미터 폭4.5미터의 흙으로 되어있다면 붕괴될 위험은 언제나 갖고있었다고 봐야한다.작년 9월에도 둑이 무너져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 사고가 있었으면 시설을보강하여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할것이 아닌가.

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업체로서는 시설비를 적게들이고 많은양을처리하고 싶겠지만 그것이 잘못되면 큰사고를 불러 아낀 비용 이상의 손해를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시커먼 범벅의 폐기물이 악취를 풍기며 농경지를 덮고 형산강으로 유입되었으니 땅을 죽인것은 물론이고 얼마나 많은생물을 망쳤겠는가. 다행히 사고지점이 식수원 취수탑의 아래에 위치해 있으므로 식수원오염우려는 없었다 하더라도 일부 기업체가 심한 악취로 조업이일시 중단되고 회복되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릴 부근의 생태계 파괴는 어떻게할것인가.

이러한 사고가 나도록 허술한 시설을 그대로 두고봐온 환경당국에도 잘못은크다. 매립장의 붕괴위험성이 예견되었으면 사전에 경고를 하고 충분한 방지조치를 서둘러야 했었다. 그러한 위험성도 미리 알지못했다면 그것은 직무를눈가림으로 수행했다고 말할수밖에 없다. 폐기물 처리회사도 이익추구를 위한 영리업체인 이상 처리비용을 되도록 적게 들이려 했을것인데 그런위험한업무처리를 못하도록 지도해야할 환경당국이 눈을 감아 주었거나 위험성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그건 더 큰문제이다.

폐기물매립장 둑이 무너져 농경지를 죽이고 강을 오염시키는 사태를 그냥 지나칠수 없다.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찾아내 폐기물처리회사에 무거운 책임을물어야 할것이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난후에야 허둥대는 환경당국 역시 업무소홀이나 묵인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한다. 이런 위험하고 부끄러운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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