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제거 일단 안도

0---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중재로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면서 정면대결 상태로 치닫던 북한핵문제도 해결전망이 한층 밝아지고 있다.특히 그동안 미국과 북한간 협상을 추으로 진행되어온 핵문제 해결과정에서사실상 우리정부가 소외돼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는핵문제에 관한 남북간 직접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기존의 북.미간 대화통로외에 남북정상들이 서로 만나 논의할 경우 북한 핵문제는 단번에 타결될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남북정상이 조건없는 회담개최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는 했으나 회담개최 시기와 장소, 의제 등 실무차원의 협의가 자칫 지연될 경우 핵문제 해결은 오히려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그동안 남북한 양측은 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엄청난 차이를 보여온게 사실이다.

우리측은 북한의 핵무기개발 의도가 1차적으로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서,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것으로 간주해왔다.또 이러한 핵개발은 북한이 소련및 동구등 사회주의체제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현체제를 계속 유지.강화해나가기 위한 것으로 여겨왔다.따라서 핵무기를 가진 상대와는 결코 악수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정부가 지켜온 확고한 입장이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핵문제와 남북경협등을 연계, 핵문제가 풀리지 않으면남북관계의 어떠한 진전도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이에 반해 북한측은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핵무기를 보유할 의사가 없다"고 한 김주석의 발언에서도 잘 드러나듯 공식으로는 한번도 핵무기개발 추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입장을 토대로 북한은 그동안 우리측의 {핵-남북관계} 연계전략이 북.미간직접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지연시키고 깨기위한 {악의에 가득찬 술수}라면서 남북대화를 계속 기피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김주석이 "언제 어디서 조건없이 만나자"고 카터 전대통령을통해 우리 정부에 전격 제의한 것은 책임있는 통치자간의 진지한 대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핵문제는 물론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즉, 미국과의 핵문제 협상이 완전히 풀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도어차피 남북간 협상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인정한 결과라는 것이다.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만약 남북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현안들을 논의할경우 핵문제는 의외로 손쉽게 풀릴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북한의 핵개발 의도가 따지고보면 6.25전쟁이후 40여년간 지속돼온 상호간의깊은 대립과 불신의 소산이라고 볼때 남북정상이 만나 관계개선이 이룩된다면 핵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정부는 이번 카터 전미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다시 대화여건이조성돼 북.미 3단계회담이 열릴 경우 얼마전 철회했던 남북상호사찰 문제를다루기 위한 실질적인 남북대화의 진전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이렇게 볼 때 북.미간 직접협상을 통해 핵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을 기대할수는 있으나 남북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핵문제는 또다시벽에 부딪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평양측은 실질적인 남북대화가 어차피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반드시 거쳐야할 수순이라면 북.미간 3단계 고위급회담과는 별도로 남북대화를 추진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음직하다.

더욱이 그동안 8차에 걸친 남북고위급회담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남북특사교환 협의도 {서울불바다 발언}이후 남북간에 반감만 증폭시킨 채 파탄된 경험에 비추어 남북정상이 서로 만나는 것만이 문제를 푸는 첩경이라는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즉, 남북대화가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절차나 의제문제 등에 얽매여 진전을보지못할 경우 핵문제는 진정한 해결을 기대할수 없으며 이같은 상황은 한미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큰 짐이 될수 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남북정상이 만나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의 준수를 재다짐하고 이 선언에 따른 남북한 상호사찰 문제에 대해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다면 북한 핵문제의 한쪽 고리가 완전히 풀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이 경우 북한과 미국간,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간에 해결해야할NPT 완전복귀와 핵안전조치 의무준수, 특별사찰과 핵개발계획 동결등 핵투명성 보장문제도 덩달아 쉽게 해결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그러나 일부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제의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력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전술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양측 정상이 조건없는 회담개최에 원칙적 합의를 보았지만 회담개최문제를실무적으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측이 시간을 질질 끌면서 지연작전을 펼칠경우 남북간 불신이 더욱 깊어져 파국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것.이렇게 볼때 남북정상회담은 향후 북한 핵문제가 풀리느냐 마느냐의 결정적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