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선인장이야기(66)

입력 1994-06-18 00:00:00

부랴부랴 혜수를 병원으로 데려간 준수에게 의사가 그러더라고 했다.[홀몸도 아닌데 너무 무리를 하셨군요. 게다가 극도로 신경을 쓰시는 모양인데, 남편이 좀 신경을 써 주셔야죠. 임신 초기에 훨씬 더 주의를 해야만 하는데...]내가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준수는 내가 알고 있었는지부터 따져 왔다. 그는거의 제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나는 누워 계신 어머니가 놀라지 않도록 하라고 부탁하면서도 일을 쉽게 무마시킨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걱정이앞섰다. 준수는 그 길로 뛰쳐나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해서 돌아와 밤내내 어머니를 껴안고 횡설수설하며 흐느껴 울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그런 모습을 전에는 본 적이 없었던지라 준수에게 무슨 말 못할 문제가 있는 걸로 오해하시는 눈치였다.

우리는 혜수가 너무 피로해서 몸살이 난 것 같다고 어머니에게 둘러대곤 이틀간을 입원시켰다. 난데 없는 발작은 원인도 알 수 없었다. 여러가지 검진을했어도 뚜렷한 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혜수의 병실을 지키며 나는 깜쪽같이 그런 문제들을 표시나지 않게 처리하는, 아니면 아예 그런 문제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많은 다른 미혼 여성들에 대해 생각했다. 각곳의 호텔이며 여관이 밤낮으로 사람들로 들끓고 산부인과에선 소파수술 환자가 줄을 잇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어째서 혜수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일까 하고 짜증도 났다. 전혀 그런 일이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실 어머니 얼굴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일을 두고 다 큰 여동생의 머리채를 휘어 잡기에는 나나 준수나마찬가지로 어중간한 도덕 관념외엔 지니고 있지 않았다. 나는 혜수의 팔에꽂힌 닝겔 주사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나로서도 간단히 수술을 해버리면되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혜수와 그 사이에는 아직도 어떻게 해결하자는 의논 정도도 없었을까, 하고답답해 하고 있을 때 혜수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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