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불교계가 즉각적인 퇴진을 주장하던 최형우내무장관이 조계사를 찾았다.최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3월29일과 4월10일에 있은 조계사경찰난입 사태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계종이 이를 {법난}으로 규정한 이후 화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던 현정권과 불교계 사이에 화해시도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시간이 해결하도록 기다리기엔 보궐선거와 지자제선거등 앞으로 닥칠 정치현안이 너무 많고 비중이 큰 것이라는 정치적 부담감이 작용했을 법하다.현정권의 화해몸짓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7일 오전 김종비대표까지 참석한 민자당불교신도회총회에서 당은 사찰보유 토지에 대해 토초세 부과를 철폐하는 안을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대통령공약사업 이행촉구, 불교회관 건립, 불교활성화등 특별사업도 논의했다. {되는 방향으로}추진해 보자는 것이다.
김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난 3월 조계종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비온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며 조계종의 개혁이 자리잡기를 바란다는뜻을 전했다. 조계종 집행부에 대한 적극적인 미소작전이다.특히 법난의 당사자이기도 한 최장관이 직접 사방이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트기 위해 조계사를 찾아나서자 불교계와 민자당 일각에서는 [화해의 조짐이보인다]는 성급한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장관의 방문뒤 조계종측의 반응은 사과가 아니고는 어떤 타협안도받아들일수 없다는 {부정론}이 주류였다. 왜냐하면 조계사 방문전 개혁회의측에 {사과}를 확언했던 최장관이 막상 분명한 입장표명 없이 단지 [과거사이니 이해해달라]는 발언에 그쳤기 때문이다.
{법난}이라는 사건의 원인이 된 경찰난입에 대해 사과를 기대했던 조계종측으로서는 최장관의 유감표시를 진실로 {유감}스럽게 생각한 것이다.조계종내부에서도 다른 사람도 아닌 현정권의 실세이자 경찰권을 담당하는최형우내무장관이 스스로 법당을 찾아 {참회}의 뜻을 밝혔다는 사실자체가 의미있는 일이긴 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현정부 출범이후 {불교홀대}라는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는 불교계로서는 최장관의 {유감}표시만으로 관계개선이 이뤄지기란 어렵다는 것이 조계종측의 주된 반응이다.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아직은 큰 상태다.
17일 민자당불교행사에 당초 초청대상이었던 탄성총무원장이 불참한 것도 아직은 정부여당의 화해손짓을 받아들일 단계가 아니라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탄성스님의 불참을 결정한 종무회의가 끝난뒤 [앞으로 정부의 가시적인 조치들을 더 지켜보겠다]는 총무원관계자의 말처럼 조계종과 현정권의 화해가 예상만큼 빠른 속도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다만 불교계와 현정권의 관계개선은 이제 공식대화의 길이 열린 만큼 정부여당이 얼마나 치성을 들이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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