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내실없는 선진국논

입력 1994-06-13 00:00:00

최근 선진국들의 경제협력기구인 OECD는 한국을 더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한국의 경제제도와 정책기조를 선진국형으로 바꾸어갈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정부에서는 OECD가입 신청을 확정하였고96년경에는 가입이 결정될 것이라 한다. 우리가 선진권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은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과연 우리가 OECD회원국으로서의 국제적 역할을 담당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않다. 자본및 서비스시장을 기존 선진국수준으로 더 개방해야할 뿐만 아니라 GNP의 0.7%에 상당하는 개도국원조를 수행해야 하며, 국내의 경제운영방식도 선진국형으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때이른 OECD가입**우리가 선진국 진입문제를 논하기 시작한 것은 개인소득이 중진국 상위권으로 올라서고, 잠시나마 국제수지가 흑자를 보이기 시작했던 60년대 중반부터였다. 86년부터 88년까지 우리경제는 원유가각과 국제원자재 가격의 하락에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국제수지흑자를 기록하는 경제적 성과를 거둘수 있었다.그러나 당시 정부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것을 우리 경제의 저력확대에 의한영속적 흑자기조의 출발점으로 과대평가한 나머지 성급하게 선진국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88년과 90년에는 각각 IMF와 GATT의 선진국조항을 수락하였고, 이를 통해 외환거래및 무역자유화에 대한 선진국으로서의의무조항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외화를 벌기 위해 바늘부터 선박까지 수출하던 나라가 갑자기 바나나, 초콜릿을 위시하여 술과 담배까지 대량 수입해야 하는 억지 춘향의 소비 선진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본은부족한데도 향락성 해외관광과 도피성 유학은 막을 수 없게 되었으니 기업의경쟁력은 떨어지고 국제수지는 다시 적자로 반전될 수 밖에 없지 않았는가!무책임한 치속선전과 섣부른 선진국론이 자초한 자업자득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

**홍콩 대만등과 대조**

국제사회에서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다른 일각에서는 국제적 역할분담을 요구하기 위해 한국을 의사 선진국으로 치켜올리고 있는 것이다. IMF, GATT의 선진국조항 적용이 그 대표적 예이며 이번의 OECD 요구도 그 예외는 아닐 것이다. 걸프전의 전비분담, 소말리아 파병지원 및 동유럽에 대한 수십억달러의 경제협력기금 지원등은 모두 의사 선진국화의 대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소득이 우리의 두배에 가까운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아직은 중진국으로서의 실리를 조용히 누리고 있는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치.문화선진화부터**

OECD가입으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선진국을 향한 경제의 내실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내외 여건이 충족되고 국제적 역할분담 능력이 갖추어 질때 선진권 진입을 강조하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정치, 경제, 문화수준이 겸비된 자생적 선진국이지 국제적 책임만 요구되는 설익은 선진국이 아니다.

OECD가입을 서두르기에 앞서 국민의식의 국제화와 함께 정치, 사회, 문화수준의 선진화를 꾀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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