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몽실한 산들에 반한 미국사람들

입력 1994-06-13 00:00:00

사춘기 소녀시절 꿈과 사랑이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일깨워 준 분이 있었다.그분은 더 큰나라 더큰 이웃 더멋진 삶 더큰 행복의 추구를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로 갔었다. 최근 그분을 만났을때 왜 줄곧 살지않고 돌아오셨냐고물어보니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 주셨다.풍부하고 행복한 생활이 지속되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자기확장의 한계, 결국 위축된 자기영역에 갇힐뿐, 하지만 나선 걸음의 되돌림은 어렵고 점점회의와 갈등에 몹시 괴로웠다고 하셨다. 그러던 중 미국친구 부부와 같이 미국의 {스모크 마운틴}이라는 국립공원을 갔었다.

이튿날 큰나라 큰산 그 위용을 보리라는 기대에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고 했다. 그러나 큰산은 찾아지지 않고 그저 나직한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몽실한젖무덤처럼 생긴 산들이 시야에 보일 뿐이었다. 그 분은 멍하였다. 속아도폭삭 속은 기분이었다. 이런 산 이런 작은 마을이면 한국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것이 아닌가! 큰산 넓은 지평 온통 큰것들로 식상해진 미국인들에겐 이렇듯 오목조목 모여 동두깨미 놀이를 하는 이런 산들이 어찌 귀하지 않을까? 비로소 자기나라가 빅 컨트리, 자기 말이 빅 랭귀지, 자기 마을이 빅빌리지, 자기집이 빅 홈, 자기의 어머니와 이웃이 최고의 사람이라는 것을알았던 것이다.

우리의 것을 하찮은 것으로 밀치고 남의 것을 탐하여 막연히 밖으로 떠돌았던 부끄러움과 허황됨을 느끼며 버리고 간 나라로 성큼 돌아온 것이다.[바보도 용감하지만 작게나마 바로 알고 나면 또한 용감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라고 하는 그분의 모습에 아직도 향수를 느끼며 자기로 돌아설 줄 아는힘을 읽었다.

자기영토의 확장만큼이나 버거운 자기회귀와 축소를 마음대로할 수 있다면작은 {도}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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