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수는 그런 우리들을 옆으로 밀치며 아무 일 아니라는듯 집을 나섰다. 혜수가 나가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정신이 들었다. 커피를 한잔 타 식탁에 앉아미수에게 어쩌면 좋겠느냐는 눈길을 보냈다. 제 커피를 타 미수도 나와 마주 앉았지만 그저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다. 한동안 아무말없이 우리는 커피만들이켰다.[언니. 혜수 걔, 결혼하겠대?]
미수가 나지막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비로소 나는 사태가 썩 심각하구나 싶어졌고 이 일에 관해서만큼은 그냥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그간 혜수의 일에 통 무심했었구나. 혜수가 만나고 있는 그 남자에 대해서도 좀 더자세히 알아봐야겠는데, 하는 생각들도 앞뒤없이 떠 올랐다. 문득 아버지가살아 계셨어도 미수나 혜수가 마찬가지 방식으로 살아갈까 하는 생각도 났다.아무렇지 않은듯 혜수만 탓하고 있는 미수도 보기 싫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미수에게 공연히 벌컥 화를 내었다.
[도대체, 너희들은 어떻게 된 애들이니? 아버지께서 이런 사실들을 알면 무덤 속에서 벌떡 일어나시겠다. 요즘 애들은 다 그래? 앞뒤 생각이 그렇게들없어?]
미수는 뭔가 반박하려다 참으며 나를 딱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곤 감정을 무척 절제하고 있다는 듯 딱 잘라 한마디 하였다.[언니는 그런 생각만 해? 체면이라든가 도덕같은 것으로만 모든 걸 재는 거야? 언니 생각도 남들처럼 그렇게 구태의연한 것이었어? 난 언니만큼은 혜수에 대해서 좀 다르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혜수 몸부터 걱정해야 하는 거아냐? 저 몸으로 연극이라니...]
[나라고 뭐 다를 줄 알았니? 너도 좀 조심해]
나는 엉뚱하게 미수에게 화풀이 삼아 톡 쏘아 붙이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내 방으로 들어가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곤 아무렇게나 드러 누웠다. 미로에 빠진 것 같았다.
언제나 나는 인생을 잠시 머물다 가는 것처럼 여기곤 했지, 드러 누우며 나는 엉뚱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