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치졸한 핵폐기장 정책

입력 1994-06-02 23:23:00

과학기술처가 사실상 {항복}함으로써 울진핵폐기물처리장 설치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며칠간의 소요사태는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표면적인 충돌은 사라졌지만 문제발생의 뿌리는 제거되지 않았다. 언제 다시 그리고 어디에서라도 똑같은 사태발생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주민들의 폭력행사등을 문제삼기 이전에 그들의 감정에 불을 지른 정부의 자세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렇다고 폭력행위가 정당하다는 것은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폭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가는 곳마다목숨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최루탄과 돌이 난무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할 주민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하는가.

과기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제는 정부정책에 대해서 주민들의 부신이 극도에 달해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이 안되니까 다시 울진으로 왔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라는 것이다. 바른 현상파악이다.

그러나 과기처는 문제발생의 {뿌리}에 대해서는 무지한것 같다.주민들은 정부의 하는일이 과거의 밀실행정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전체의사를 묻기는 커녕 지원금, 보상금등의 미끼를 써서 내부를 이간질시킨다는 것이다. "한가구에 3천5백만원이 돌아간다"는 뜬구름같은소문이 나돌았고, 일부 유치에 찬성한 주민들도 이때문에 서명했다는 사실이속속 밝혀지고 있다. 과기처가 {주관적}으로 하고있는 입지선정도 {그 과정을 처음부터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객관적이지 못한 공작차원의 사업추진은 결단코 반대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처가 핵폐기물처리장 입지선정을 너무 {치졸한} 발상에서 하고있다는 말도 들린다. 련륙교가 설치돼있는 충남 안면도나 김해공항과 경부고속도로가 인접한 경남 양산, 포항이라는 대도시에 인접한 경북 영일, 그리고 례천공항이 가까운 울진까지 "주민들의 편익보다는 서울과의 교통등 관계자들의근무환경을 첫번째로 감안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문이 단순한 소문이라고만 할것인가.

{시간을 더 끌면 하기 어렵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 주민들의 의사를 사전에 공개적으로 청취한 후에 그야말로 {정공법}으로 폐기물처리장 설치를 결정하는 {성숙한} 자세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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