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잠복 가능성50%

입력 1994-06-02 00:00:00

"야권대통합은 과연 가능한 구도인가"요며칠 사이 야당가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로 부각된 말이다. 관계자들의이야기로만 볼 때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러나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불가능 쪽에 점수를 더 주게된다. 왜냐하면 서로가 들어주기 어려운 조건만을 내걸고 사전정지 작업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기택, 김동길, 이종찬 야권3당 대표들은 지난달 31일 밤 모여 {야권대통합}을 서두르기로 했다. 발표를 맡은 이종찬대표는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이라며 "대통합이 급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장미빛 전망은 이기택대표측도 마찬가지다. 이대표의 비서실장인 문희상의원은 "이제까지 연애만 했으나 최근 신랑신부가 결혼하겠다는 마음을굳혔다"며 전격적인 통합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양치기소년과 늑대}이야기를들면서 "이번에는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대통합을 위해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민주, 통합신당, 새한국당등 3당 가운데 어느 한곳도 대통합에 대한 의견통일이 이뤄진곳이없다. 민주당은 야권대통합론과 민주세력통합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이대표와 동교동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측은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고 재야출신등비주류측은 통합신당과 새한국당인사들의 전력을 문제삼아 무조건적인 통합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민.신정의 통합신당도 의견이 분분하기는 민주당보다 덜하지 않다. 다음선거를 위해 도저히 {황색}이 탈색되지 않은 민주당에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인사들이 태반이다. 그러니 대통합이 돼도 합류할 인원은 극소수다. 이제까지의야권통합론이 김동길대표 혼자서 이리저리 뛴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야권대통합이 이뤄지면 국민당에서는 김대표 혼자서 민주당에 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단 두사람만이 있는 새한국당도 미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종찬대표가 민주당 아니면 들어가지 않겠다는데 비해 장경우의원은 민주당입당이 어렵다면 통합신당에라도 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몇사람되지도 않는 집단에서 사람마다 그룹마다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다.

대통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이 뿐만이 아니다. {반민자비민주}세력의 규합을 주창해온 박찬종신정당대표는 국민당과의 통합선언에서도 신냥김구도의 청산을 주장하며 민주당내에 드리워진 김대중씨의 그림자를 먼저 걷어낼 것을민주당에 요구했다. 박대표는 1일 "민주당의 변혁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대통합은 무의미하다"며 "김대중씨의 민주당에 대한 수렴청정이 개혁돼야 한다"고강조했다.

김동길대표와 박찬종대표는 1일 회동에 이어 2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도 {신냥김구도 청산}과 {혼조를 보이고 있는 제1야당의 지도력 극복}등 두가지 선행조건을 제시했다. 지금의 민주당으로서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조건들이다.

예상대로 야권대통합론이 초반부터 헤쳐나가기 쉽지않은 암초에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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