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달 이영덕총리

입력 1994-05-30 13:03:00

이영덕국무총리가 30일로 취임 한달째를 맞았다. {화합속 개혁}을 지향하겠다던 그의 취임일성이자 화두는 그동안 어떻게 형상화되어 왔을까.우선 화합이란 측면을 통해 자신을 개혁일변도이던 이회창전총리와는 달리부각시키려한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지난2일 첫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일하되 정시에퇴근해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등 가정생활에 충실하도록 하라]며 이색적인 지시를 한것이나 비록 불발로 귀착되기는 했지만 공무원들의 토요격주휴무제 실시등은 공무원복지증진을 통한 인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준 대표적인사례다.지난9일 모범공직자에 대한 특진확대를 골자로 한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대책} 또한 채찍보다 당근우선의 정책이란 평가를 받았으며 취임이후 {청와대칼국수}에 비견되는 {총리실 냉면}을 내걸고 국무위원들을 6개팀으로 나눠 부부동반으로 초청하는 자리에 관례와는 달리 청와대수석들까지 빠짐없이 초청하고 있는것도 화합형 총리다운 발상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쪽으로 넘어가면 부정적인 시각이 대다수를 이룬다. 무엇보다도지난 4일 총리취임후 훈령제1호에서 {정부산하기관임원에 대한 자가운전}이란 개혁적 지시에 현황보고 마감시한까지 거의 대부분의 해당부처가 지시에따르지 않은 사단이 대표적인 경우다. 총리의 령이 먹히지않는다는 비난이 따랐다. 이런가운데 전임 이총리는 항상 비교의 대상으로 거론됐다.이를 의식한듯 이총리는 요즘 자주 [일로써 승부를 내겠다, 일로써 평가를받고 싶다]는 말을 간부회의등에서 여러차례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화합총리내지는 의전총리등에 만족하지 않고 {일하는 총리}로서의 자기색깔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가 착상한 것이 부처장악이고 이것이 최근 부처별 정책평가제도입으로 가시화됐다. 강한 개성을 바탕으로 부처장악을 시도한 전임자와는달리 제도적으로 부처업무를 장악해나가겠다는 것이 그의 대망이다.그러나 부처별정책평가제가 그의 의도대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초 이같은 계획은 6공당시 강영훈총리가 처음 시도한 것이었다. 강전총리는 취임당시 정책평가와 사정을 통해 내각을 장악하겠다고 강조했었지만 시도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할수 있었을뿐 흐지부지로 끝나고 말았던 것.부처별로 2개씩의 대표적 정책과제를 선정, 계획-입안-결정-집행의 전과정을종합평가함으로써 부처업무의 실질적인 조정, 통합기능을 총리실이 갖겠다는부처별 정책평가제도는 무엇보다도 객관.타당성 있는 기준마련이 요체다. 그렇지만 행정의 계량화 자체가 지난한 과제라는 점에서 이같은 잣대선정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닌 것이다.

어쨌든 현상황에서는 이 제도의 정착여부가 화합총리, 의전총리라는 불유쾌한 그의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화합속 개혁을 통한 일하는 총리로 변모시키는중요한 기노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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