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연료봉 교체협상 결렬 배경

입력 1994-05-30 12:10:00

이곳 IAEA본부는 오는6월6일 이사회를 갖는다. 지난 3월21일 IAEA의 {북핵}UN안보리통보 결의안채택 이래 북한측으로부터 추가사찰메시지를 학수고대했던 IAEA는 이달중순부터 2차례나 평양에 사찰단을 보내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다. 이달초반부터 {사찰수용}에 응했던 북측 반응에 기동성있게 사찰활동을펴 가시적인 물증을 포착했던 것이다.사찰단이 확보한 단서의 두가지 핵심은 *방사화학실험실 전면사찰을 통해 핵연료의 과거 핵무기 전용여부를 가릴수있는 핵심연료봉 미제거확인 *이달들어추출했던 연료봉들이 재처리시설로 이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IAEA의 이같은 판단근거는 미국으로하여금 더이상 북한회담을 미룰수없다는명분을 축적케했고 급기야는 내달2일 제네바에서 양국 3단계 고위급회담이열리게 될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에 사찰단 임무가 방해를 받아 아직 회담속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마디로 사찰 한계의 마지노선을 건드리지 않고 지엽적인 위반으로 IAEA와 미측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측이 당초 예상됐던 {버티기카드}를 중간단계에서나마 한때 유보한 저의가 과연 무엇인가가 현재 가장 초미의 관심사라 할 수있다.물론 북한입장에서볼때 우리측 두가지 전제조건(특사교환과 남북회담재개)이유야무야된 상황에서 추가사찰에 양보를 하고 궁극적목표인 미국대화를 성사시킨다고할때 자신들이 안아야할 부담은 예전보다 훨씬 가볍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같은 상황변화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어느 한 구석도 실리지못한 {철저한 국외자}로 전락되고 말았다.

북한은 그동안 {북핵}으로 인해 외부압력이 증대되어 국방비 지출 부담과 경제개발차질이 커져 어려운 경제현실이 더욱 도탄에 빠지게 됐다. 이러한 {극한상황 타개}가 바로 미.북한 고위급회담 재개로 어두운 터널 끝이 보일것이라는 북한지도부의 계산을 낳게 했고 이어 IAEA로 하여금 회담조건 성숙을 향한 사찰결실을 갖도록 핵시설 {허용범위}를 완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북측은 연료봉교체작업을 30일 현재 계속하고 있고 이에따라 미, IAEA측의 태도는 또한차례 북측 기만술에 좌표를 잃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과의 {긴밀협의 수순}을 이행하면서 대북협상을 추진해왔으나 {한국요구}가 번번이 북한에 의해 비토되면서 이부분 또한 회담진행을가로막는 일종의 걸림돌이었다는데 내심 저울질을 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우리정부의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 선언 또한 바로 미국에 의해 북한핵시설 용인 차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볼때 한.미 공조 깨뜨리기 북한전략은 어느정도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미국이 마냥 우리 입장을 헤아려줄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한반도 비핵화보다 어떻게 보면 더 큰 무게를지닌 {국제핵질서 견지}에 급급하고 있는 제스처를 풍겨주고 있기 때문이다.차제에 우리의 {핵주권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미.북한의 {물밑교섭}이 그어느때보다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일본마저 비핵 포기 정서를 다분히 품고 있는 마당에 만약 3단계 미.북한회담이 개최된다면 우리 국민의 이목은 그이전 회담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이곳 IAEA 본부에서 느낄수 있는 {임무만족} 안도감을 떠나 공은 이미 우리의 안방코트에 떨어졌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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