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선인장이야기49

입력 1994-05-30 00:00:00

더듬거리는 나에게 미수는 내가 그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망설이지않고 말했다. 나 역시 아주 한심한 관념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는 시선으로바라보며.[난 드라마 같은 걸로 대리 체험한 걸로 이런 저런 판단을 하는게 성미에 맞지 않는 것 뿐이야.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또 남자들이 진지하고 그럴듯한연애를 원하는지 모를거야, 언니는. 난 단언하지만 연애에 있어 언제나 정직했고 진지했어. 그들이 나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허울좋은말로 갖가지 이유를 내세울지 몰라도 내 생각은 달라. 첫째, 그들은 자신감이 없어. 한 사람과 헤어지고 나면 제대로 연애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더욱이나 결혼을 하는데 치명적인 흠집이 되지 않을까 불안해 하며 고민하는거지. 그 다음 미래에 대해서 책임질 자신이 없는거야. 그래서 남이 세워놓은기준에 자신을 맡기고 그것이 대단한 모럴인양 동조해 버리는 거야. 하지만그들 속을 한꺼풀만 들여다보면 갖가지 가당찮은 욕망들을 버릴 수 없는 쓰레기 처럼 가지고 있지. 난 그걸 잘 알아. 진정한 모럴은 자신이 믿는 유일한체계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셋째,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닫혀 있어 각각 다른 개성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려고 않는거야]미수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예외도 있지. 내가 그 본보기야. 다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했지만 난 지금의 그이를 어쨌든 만나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잖아? 인생을 이류 삼류로 만드는 건 명예나 돈 권력 따위를 가지지 못하는게 아니라 자기 식으로 생각하고 자기식으로 고유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미수의 말에는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구석은 없었다. 다만 구구절절이다 옳아 보이는 미수의 그 논리 전체에서 나는 어떤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멋진 이론들이 실제로 우리 삶에 적용될 때는 이지러지고 형편없어지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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