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의제} 싸고 신경전

입력 1994-05-26 12:07:00

28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통령과 이기택민주당대표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정부와 민주당이 바쁘게 물밑 접촉이 오고 가면서 "이번 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고갈 것이며 김대통령이 러시아 방문에 앞서 이대표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갈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청와대* 서청원정무장관과 문희상민주당대표 비서실장이 24일 한차례 의제와발표형식, 발표내용등을 조율한데 이어 25일에도 접촉이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이번 영수회담을 제안한 취지가 정치현안을 타결하기위한 정치회담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공식적으로는 "선물이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치권은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을 "설사 청와대가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해도 약효를 생각해서 지금 밝힐 수 있겠느냐"며 실눈을 뜨고 바라본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회담과 관련 {야당대표의 위상} {이대표의 지도력}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 미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청와대는 회담에 앞서 민주당 일각에서 상무대국정조사의 서류검증과 수표추적문제의 사전타결을 요구하고 영수회담에서 조계사 폭력사태, 김대중아태재단 이사장 자택에 대한 사찰문제, 보안법 개정문제등을 의제로 포함시키기로한데 대해서도 애써 등을 돌린다.

"민주당의 요구조건들은 민주당 내부사정때문이며 청와대가 먼저 자리를 만든 이상 이대표도 스스로의 지도력을 발휘해 영수회담의 장애물들을 제거하고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영수회담은 정치회담이 아니라 러시아 방문에 앞서 야당측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임을 강조하고 "이같은 회동이 관례화 된다면 야당대표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므로 야당도 협조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자당*

민자당은 25일 김종비대표 주재로 고위당직자간담회를 갖고 영수회담에 대한당의 입장을 정리. 이날 회의는 청와대회담과 상무대국정조사의 계좌추적 및재판기록검증은 별개라는 원칙을 재확인.

이세기정책위의장은 상무대국정조사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라며 "청와대가 금융기관과 사법부에 대해 불법을 지시할수는 없는것이 아니냐"고 일축.

민주당이 회담에서 선물을 요구하는것에 대해서도 영수회담이 국정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이지 구체적인 현안에 대해 협상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서 선물 운운하는 것은 김대통령과 이대표 모두에게 짐을 지우고 회담자체의 의미를 절하하기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민주당*

25일 영수회담에 임하는 민주당의 입장을 정리한 이기택대표는 "오늘 2시간동안의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무 많은 얘기를 들은 것 같다"며 당내주문이 넘쳐고민스러움을 표시했다.

특히 지난 {3.11 영수회담}의 상처를 기억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번에는 반드시 가시적인 선물을 얻어내야한다는 분위기며 영수회담에 임하기 전에청와대측으로부터 확실한 담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민주당이 가장 무게를 싣고 있는 부분은 역시 상무대국정조사문제.수표.예금계좌추적이나 국방부와 법원 검찰등의 수사기록제출등에 대한 김영삼대통령의 확약을 받아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에대한 민주당관계자들을 비롯한 일반의 관측은 매우 회의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UR문제 농안법파동, 그리고 민주당의 단골메뉴였던 국가보안법개폐문제등 현안들을 제치고 상무대문제가 최우선으로 제기된 것은 최근 민주당내에 전개되는 미묘한 기류와도 전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DJ의 급부상에 따라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이기택대표가 영수회담을 통해 적정수준이상으로 전열을 가다듬는 것은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실제 정국전반에 대한 의견교환외에 가시적인 결실을 얻어낼것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임에도 불구하고 영수회담에 대해 이같이 주문하는 것은 김영삼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동교동.비주류진영이 이대표의 입지를 흔들기 위한 고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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