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정책 전환은 신중히

입력 1994-05-26 08:00:00

북한에 대한 핵사찰이 미흡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완벽한 투명성은 엿볼수 없다. 우리 정부는 27일 열리는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이홍구통일원장관이 최근 밝힌 "북측이 핵재처리시설로 알려진 방사화학실험실을 계속 유지할 경우 비핵화선언은 새로운 각도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광범하게 토의, 대북 핵정책의 전환을 시도할 방침이다.우리 정부가 그동안 핵문제에 매달려오면서 항상 수세에 몰려 왔으나 그러한소극적 정책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 방법으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기본인식은 한반도의 비핵화원칙에는 변함이 없을 뿐더러 안보회의를 연다고 해도 비핵화의무효화를 당장 선언할 단계는 아닌것 같다.핵정책 재검토작업이란 핵무기를 한반도에 들여 놓지도 않고 핵재처리및 우라늄농축시설을 갖지 않겠다는 약속을 북측이 일방적으로 깨뜨렸을때 남한으로선 어쩔수 없이 취하지 않을수 없는 조치를 말한다. 깨어진 약속의 재고는결국 우리도 핵을 가질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그것은 핵카드로 전세계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며 나아가서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핵한두개를 용인하면서 {일괄타결}형식으로 핵문제를 총괄 해결할 수도 있는 미국에 대한 견제효과도 상당하리라고 생각한다.우리 국민들 사이에도 북한이 핵을 갖게하고 또 우리도 핵을 가지면 될 것아니냐는 성급한 견해를 피력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반도평화유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 더러 나아가서 세계평화를 깨뜨리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호전적인 군대에 말과 칼을 주게 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국가 경쟁력을 얻는데도 큰 몫을 하지만 비핵화선언이후 핵재처리 시설을 포기한 것은 서로가 핵무기를 만들수 있는 원천을 없애자는 뜻이었다.

우리 정부가 핵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은 결코 {경고}와 {견제}의 차원을넘지 않아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비핵화선언을 철회하는 상황이 현실로전개되어서는 안된다. 이홍구통일원장관의 {북한이 핵을 반개만 가졌어도 비핵화선언은 무효}라는 최근 발언은 북한이 핵의혹을 벗고 평화의 대열에 동참하라는 우회적인 발언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북핵에 상응하는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없지않으나 우리가 지금 해야할 일은 비핵화를 지키는 일이다. 남북이 핵개발을경쟁한다면 핵은 급속도로 불어날 것이며 결국 한반도는 핵의 재앙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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