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조사 장애없기를

입력 1994-05-21 08:00:00

증인채택문제로 표류하던 상무대비리국정조사가 천신만고끝에 오늘부터 30일간의 기한으로 시작됐다. 국정조사제도의 실시이후 여야합의에 의한 첫 정치자금의혹에 대한 조사란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상무대공사대금중 일부정치자금유입의혹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뿐아니라 불교계에까지 의혹의불길이 번진 현정부출범후 최대의 의혹사건으로 불거져 국민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혁을 표방한 현정부가 과연 이를 이미지에 걸맞게 명쾌하게 파헤칠수 있을지, 조사결과 현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질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사실 상무대비리국조가 여야합의로 의결됐을때 국민들은 정치권의 새로운 자세에 개혁가능성의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여야는 증인및 참고인채택문제로맞서 시간을 허비하면서 국정조사가 무산될 지경에 이름으로써 다시 실망을주었다. 여야공방에 의한 국정조사표류자체가 정치권전체의 새로운 의혹으로지적되기까지 했다. 조사결과가 여야모두에게 문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때문에 조사절차문제로 트집을 잡아 책임전가를 위한 입씨름을 벌이면서 이를흐지부지 넘겨버리려는 것으로 의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야당의 양보로 다시 국정조사가 실시됨으로써 이제는 정치권이 더이상 국민에게 실망을 주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게 된 것이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순조롭고 분명한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믿는 마음이다. 그렇지만 일부에선 이같은 국민의 기대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할 것으로우려하는 관측도 있어 찜찜한 생각을 털어버릴 수 없다.

걸림돌로 예상되는 부분은 문제의 수표추적과 문서검증을 위한 국회의 요구에 재무부, 은행감독원, 대법원등 관계기관이 불응하는 경우다. 불응할때는국회가 이들 기관을 고발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나 관련기관들은 나름대로법적근거를 들어 거부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결국 국정조사는 국회와 이들 기관의 법적 공방으로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하지만 이 시점에서 국민의 기대가 걸려있는 이번 국정조사가 관련 국가기관의 협조부족으로 또다시 무산된다면 이는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물론 법치국가니만큼 법대로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이 의혹을 밝히기를 원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요구하는 사항을 정부기관이 법을 핑계로 불응한다면 이는 분명 국정운영체제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법이 잘못됐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국정조사가 난관에 봉착케해서는 안된다.어떤 이유로든 상무대비리의혹 국조가 여야와 국가기관의 부질없는 입씨름이나 석연찮은 법리논쟁으로 다시 장애에 부딪힌다면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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