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찌르는 BBC보도

입력 1994-05-19 00:00:00

영국의 BBC방송이 지난16일, 중국내의 노동개조수용소의 실상을 비밀리에 취재, 방영함으로써 영.중양국 관계는 이제 거의 회복불능 상태로 악화, 감정의골이 갈수록 깊고 넓게 패이고 있다.영.중양국은 가뜩이나 홍콩의 94.95년 입법국 선거방법을 놓고 양국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노출, 공식 협상창구가 아예 폐쇄돼 중국당국은 기회만 있으면크리스 패튼 홍콩총독의 인신공격까지 마다하지 않을 만큼 흥분상태에 있어왔던것.

중국측의 영국에 대한 악감정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번 BBC가 모택동전 주석의 일생을 방영하면서 그의 여자관계를 '사실'이란 명분으로 리얼하게 방영함으로써 중국당국을 격분시킨 것.이 당시 외교부의 오건민대변인은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외신기자들에게"차마 입이 더러워져 말을 못하겠다"고 코멘트 했을만큼 격한 반응을 보였다.그러나 이번 일은 BBC측이 의도적으로 중국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할수 있는 노동개조 수용소의 실상을 비밀리에 취재했다는 점때문에 중국측을 더욱분개하게 만든것.

더욱이 시기적으로도 미국이 인권문제를 명분으로 중국에 최혜국대우(MFN)지위 연장결정시한을 불과 보름밖에 남기지 않은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에 중국측은 영국이 중국의 경제발전을 노골적으로 훼방하기 위한 고등술책으로 이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필름은 이번주중에 미국 의회로 보내져 클린턴행정부를 대상으로대중국 최혜국대우 연장을 변호하는 미 의원들에게 방영할것으로 알려져 중국측을 더욱 격노하게 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BBC가 비밀 촬영기계들을 동원, '중국대륙에 1천만에 달하는노동개조 수형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새로운 증거'를 방영함으로써빚어진 것.

중국의 노동개조 수용소는 외국인들의 참관이 일체 금지된 탓으로 BBC는 비밀촬영기를 동원, 남루한 옷차림으로 밭에서 경작하는 수형자들의 모습을 직접 화면에 담았다.

일반적으로 수형자들의 17%정도는 중국공산당 정권에 반대한 정치범이며89년 천안문사태에 연루된 반체제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BBC는 오모라는 수형자를 통해 "노동개조 수형자들은 대사막에서 여생을 보낼 가능성이 많다"는 말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이 수형자는 "중국의 노동개조 수형자들은 오직 두가지의 표현방법밖에 없다.하나는 노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정치표현이지만 어느 표현방법을 쓰든 형기가 늘어날 뿐"이라고 언급했다.

BBC는 "더러 탈주범들도 생기지만 결과는 전원 다시 검거되기 때문에 적지않은 수형자들이 자살로 잔여인생을 마감한다"고 소개했다.한편 신강생의 수출품중 절반은 수형자들이 생산한 것으로 이들이 중국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한 것으로 BBC는 보도했다.

BBC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중국외교부는 1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중국의노동개조범이 1천만이나 되며 이들이 현재 절망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는 보도는 순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변인은 "유관기관에서 알려진 바로는 수형자들은 1백만명에 불과해 미국과 대차없다. 수형자들은 인도주의에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법에 의해그들을 대상으로 문명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사법기관의 일관된 방침"이라고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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