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MW원자로의 핵연료봉을 실제로 꺼내기 시작했는지 여부에 궁금증이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한미 양국정부가 이를 전제로 새로운 북한핵 해법을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미 양국은 이미 평양에 도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의 현장확인을통해 북한이 실제로 일부 연료봉을 꺼냈음이 확인되더라도 꺼낸 연료봉을 빼돌리지 않고 철저히 보관하고 있음이 확인될 경우 북.미 3단계회담을 내달초개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을 방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은 18일 새벽(현지시간) 방콕의 돈 무앙 공항에서 수행기자들과 가진 회견에서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연료봉 교체작업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을 때 북한.미 3단계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IAEA는 물론 미국 고위관리들이 북한이 연료봉을 이미 꺼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북.미대화의 중단은 물론 북한핵문제를 곧 바로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강성발언들과는 대조적이다.물론 그는 [북한이 IAEA의 입회없이 실제로 연료봉 교체작업을 시작했다면그것은 아주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했다.그러나 그보다는 북한이 IAEA의 입회없이 연료봉 교체작업을 시작했더라도과연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섰느냐, 또 무엇을 근거로 그 판단을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즉, 17일 평양에 도착한 IAEA사찰단이 녕변으로 가서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추가사찰과 함께 5MW원자로에 대한 감시기자재의 점검및 교환과정에서 연료봉 교체작업을 관측한 결과 {위험수위}를 넘어서지만 않는다면 이미 진행된작업에 대해서는 일단 문제삼지 않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위험수위}와 관련, 한장관은 지난 15일 동남아4국 순방차 출국에 앞서 가진기자간담회에서 꺼낸 연료봉에 대해 IAEA가 선정.보관및 추후 계측작업을 하는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그는 그러나 이날 회견에서는 [선정.보관.계측등의 작업은 (과거)역사를 알자는 것으로 최소한의 요구조건]이라면서 [꺼낸 것을 갖고 무엇을 했느냐가중요하며 꺼낸 것에 대한 {어카운팅}(꺼낸 연료봉과 보관중인 연료봉간의 대차대조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한장관의 발언은 그 이면에 이미 북한이 핵연료봉의 일부를 꺼내기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IAEA의 입회없이 핵연료봉의 일부를 꺼냈다는 것이라기보다는 IAEA사찰단의 확인결과 그렇게 꺼낸 연료봉을 비평화적으로 전용하기 위해 빼돌렸느냐 여부에 있다는 인식이다.
다시말해 북한이 이미 꺼낸 연료봉을 재처리를 위해 다른 곳으로 빼돌리지않고 IAEA가 설치해놓은 감시기자재의 감시하에 철저히 보관해왔다면 그동안의 교체행위에 대해서만은 일단 눈감아 줄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의 교체작업이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아주 심각하지 않을 때}미.북한 3단계회담은 내달초쯤에 개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한미 양국의시각이 여전히 대화를 통한 해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북한의 연료봉 교체작업이 위험수위를 넘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IAEA판단에 따른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 양국의 확고한 입장이다.그러나 현재 북한에 들어간 IAEA의 현장관측 결과 북한이 이미 선을 넘어섰다고 판단이 서고 그 결과 안보리에 경과를 보고할 경우 대북제재 수순을 밟아 나가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 경우 추가사찰과 관련한 지난 3월말의 안보리 논의와는 달리 이사국들의논의 분위기가 훨씬 강성으로 흐를 것이며 그동안 대북제재 결의에 반대입장을 표명해온 중국도 이번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따라서 일단 17일 평양에 도착한 IAEA사찰단이 현장에서 교체작업의 진행상황을 관찰하고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가 주목되고 있다.
약 1주일간 사찰에 들어갈 IAEA가 이번주중 북한에서 철수할 경우에는 북한과의 대화노력은 끝나게 되며 이에 반해 IAEA사찰단이 끝까지 사찰을 수행하면서 긍정적 상황을 알려올 경우에는 3단계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여 북한핵문제는 이번주가 최대고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