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마터면 크게 소리라도 지를 뻔 하였다. 혜수가 손을 뻗어 그 남자의얼굴을 아주 조심스럽게 더듬고 있었다. 그도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듯눈을 감고 자신을 가만히 내어 맡기고 있었다. 내 상식이 무너지고 있었다.이곳은 많지는 않아도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는 까페가 아닌가. 나는 인내심을 가지려고 애썼지만 그녀를 끌고 이곳을 그만 나서고만 싶어졌다.그러나 나는 혜수의 손놀림을 자세히 지켜보다가 곧 내 생각이 터무니없이유치한 것이라는 걸 인정했다. 그의 얼굴을 쓰다듬던 혜수의 손이 파르르 떨리며 그의 턱끝에서 떨어지려고 할때의 그 손가락의 표정이라니. 난, 그애의손가락이 그런 투명한 빛깔인 줄을 전에는 몰랐다. 또 그 애의 손가락이 그처럼 길고 섬세한 줄도 전에는 알지 못했다. 그애의 손가락이 그의 턱끝에서너무 멀리 떨어져가기 전에 불끈, 그애의 손을 움켜 잡는 또다른 손도 놓치지 않고 나는 지켜 보았다.내가 혜수를 데리고 나가기 전에 그가 혜수를 이끌고 바깥으로 사라졌다.캄캄한 실내에서 보니 문을 열고 나서는 그들은 마치 빛더미에 휩싸여 있는것 같았다. 나는 보통 사람들의 눈엔 잡히지 않는 영화를 찍는 카메라만이 포착할 수 있는 한 장면같은 그들의 모습을 오래 바라 보았다. 문이 닫힐 때 그빛의 영역이 점차로 줄어 들어 마침내 아주 가느다란 빛줄기만이 세로로 남았을 때야 나도 그만 까페를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겨우 하였다. 어쨌든 나는혜수를 뒤쫓아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나는 사라져버린 그들을 뒤쫓아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곧 바로 그에게 몸을기댄 혜수를 발견하였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풀석 주저앉고 말았다. 그와 혜수가 들어간 곳이 호텔임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다.아직은 긴 여름해가 그대로 서녘 하늘에 머물러 있었다. 많은 청춘 남녀가꼭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하나가 되는 게 아닌 시대라는 걸 모르는바 아니었으나 나의 놀라움은 너무나 컸다. 호텔의 로비에 이어져 있는 커피 샵에앉아서 나는 방을 잡는 그들을 지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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