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리포트 아파트촌 아이들

입력 1994-05-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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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이들. 특별히 분류할 필요는 없지만 주거 공간의 독특한 형태에 따라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누가 무엇을 산다고 하면 따라 해야만 어머니 노릇 제대로 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같은 단지내에서도 평수에 따라 아이들이 겪어야하는 계층간의 위화감도 만만치 않은 곳이 바로 아파트다.

[남들은 생일날 십만원짜리 자전거를 아이선물로 선뜻 사주었다고 하는데 우리 형편에 아이의 요구대로 해줄 수는 없어요]

친구 생일날 레스토랑에서 점심 초대를 받고 선물로 로봇이 그려진 우산까지받고온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걱정에 차 있는 주부의 이야기다.아파트라는 곳이 폐쇄적임과 동시에 보이지 않게 부와 사회적인 지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평수에 따라 출입구가 다른 아파트에 사는 한 주부는 한곳에 같이 살면서도소외되었다는 묘한 위화감을 떨칠수 없다고 말한다.

평수나 차종에 따라 이웃을 판별하고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행태가 아이들과 어른들을 동시에 힘들게한다.

한집에 가구가 바뀌면 그 아파트 전체에 가구가 바뀌는것처럼 아이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저 집에는 있는데 왜 우리집에는 없는거야}라는 아이들의 요구에 제대로 교육을 시키기가 힘들다는 것이 주부들의 푸념이다.

일부 아이들 또한 친구를 사귈때 {몇평에 사니}로 시작해 같은 평수끼리 어울려 노는등 아이들 사이에도 이미 계층간의 위화감은 자리를 잡고있는 듯이보인다.

대단위 아파트단지내에서는 주공 임대 민영등 주거형태에서 겪는 위화감도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공에 살고있는 한주부는 [민영 아파트 놀이터에 타 아파트 아이들이 오는것 까지 막고, 학교에서 느끼는 위화감도 극심해 같은 생활수준 아파트아이들만 갈수있는 이웃학교로 전학을 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실제로 어떤 부모는 아이들 기를 더 이상 죽이지 않겠다고 전학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한다.

아파트의 특성은 {내 자식 기죽이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에 옆집아이가 가지는 물건이면 구매 계획과 필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마련해 주는 경향도있다.

그래서 내게 없는 장난감을 옆집아이와 보완해서 가지는 공유놀이보다는 자기의 장난감만 가지고 놀아야하며, 가지고 싶은 물건은 말만 하면 항상 얻을수있다는 생각을 아이들은 갖고있다. 부모들은 과소비의 주체로 마음이 편치않다.

아이들은 그들대로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친구들이 다니는 학원을 다녀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같이 놀 친구를 찾아 볼수없다고 하니 자연적으로 다른아이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지 않을수 없다.

그러나 아파트의 장점도 많다. 요즈음 한두자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웃간에 마음맞는 형제 자매를 가까운 곳에서 맺을수있고 자기가 보던 동화책이나물건을 나이 어린 이웃 동생에게 물려 줄수도 있다.

또래의 집단형성이 쉬워 혼자서는 힘든 사항도 여러 친구가 모여서 쉽게 해결할수있으며 정보 교환도 이루어 질수있어 선의의 경쟁도 할수있는 장점도있다.

주거 집단의 특성상 부모의 냉철한 판단이 더욱 필요한곳이 아파트가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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