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잠자는 체전성금

입력 1994-05-14 00:00:00

제32회 경북도민체전을 유치한 영주시가 거금의 체전성금을 앞에 놓고 벙어리 냉가슴이다.도민체전을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코흘리개 학생들을 비롯해 지역유지까지4억2천여만원의 성금을 모금해 놓고 단한푼도 체전행사에 지출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바로 그것.

이는 정부가 일선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각급기관 행사에 일체의 기부금이나 성금을 모금하지 말도록 쐐기를 박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영주시는 {도민체전 민간추진 위원회} 발족과 함께 실무기획단을 구성하고 꼬박 11개월동안 행사준비로 부산을 떨었다. 그런데 막상 도민체전을 유치해 놓고 공교롭게도 정부의 {공공부문예산 절감정책}과 맞물려 도무지 어느 한구석 쥐어 짜낼 예산이 있을리 만무했다.

당초 영주시의 체전예산은 경기 시설보완등 행사운영 직접경비 55억원과 시가지 도로정비등 간접경비 60억원을 포함 총1백15억원이 편성됐다. 물론 전체소요예산 가운데 37%인 43억원은 도에서 지원받고 나머지 63%에 해당하는 72억억원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몫으로 떠넘겨졌다.

때문에 당시 상황을 봐 어쩔수 없이 영주시가 부담해야할 72억원은 체전준비벽두부터 골칫거리로 떠올랐고, 도에서 지원하겠다던 43억원마저 가뭄에 단비 내리듯 해 업무추진이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체전실무 관계자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도에 기채사용승인신청을 내 10억원 빚을 내기도 했다.

결국 이것마저도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에는 깨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꼴이영영 뒤틀릴 지경이었다.

구겨질수 밖에 없는 체전을 염려해 부랴부랴 학교로, 업소로, 상공회의소로뛰며 단소리 쓴소리 다들어가며 손을 벌려 모은 성금이라는 것이다."쓰자니 상부기관의 매질이 무섭고 안쓰자니 성금을 낸 사람들을 무시하는것 같고---"

{알찬체전.힘찬전진.밝은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치러진 3백만 경북도민의 체육제전은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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