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걱정에 땔감걱정. 난방은 고사하고 밥해먹을 땔감이 없어 석탄을 줍고나무껍질을 벗기다 못해 도시내 녹화나무들을 밤새 도벌해오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웃은 고사하고 부모, 자식지간이라도 서로가 먹을 식량을 들고가야죄가 되지않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인심. 먹고사는 문제로 본래는 선량했던 부부가 불화로자주 싸우며 웃음이 없어진 세상. 우리가 살고있는 이지방의 나무하나, 풀 한포기에는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바친 항일선열들의붉은 피가 배어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수많은 열사들의 영혼이 지켜보는 바로이곳에서 인민들이 살고있는 실태는 이러했다. 과연 열사들이 이런 세상을만들자고 피흘려 목숨을 바쳤단 말인가. 세상에 부러움없는 {인민의 낙원}{사회주의 모범나라}라는 것이 바로 이러하다면 이 제도와 사회주의는 확실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누가 이렇게 허위로 가득차고 권세로 인민을 못 살게하는 사회로 만들었는가.그처럼 자애로운 어버이이고 인간중의 참인간의 전형이라던 김일성의 오늘낮 호통소리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도 한때는 인민이 조밥을 먹으면 자신도 조밥을 먹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한바가 있다. 그러면 오늘 무엇이 수령을저렇게 만들었을까.
김일성을 차라리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같이 고지식하고 고집 센 사람은그냥 죽을 때까지 우상화된 김일성을 그대로 믿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비록 이북사회에 나타난 모든 부정적현상을 본다해도 그것은 어버이 수령님의 뜻이 아니며 주변의 간부들 잘못이라고만 단정할 정도로 김일성 우상화를 신봉한 골수분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일성을 직접 보고나니 지금까지 굳게 믿어왔던 수령에 대한 믿음이산산조각이 나는 실망감을 어쩔 수 없었고 그와함께 김일성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북사회제도와 이념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남극의 빙하가 일시에 무너져 내리듯 내속 전부가 무너지는 것 같아 슬픔에 잠긴 나는 절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왔다. 저녁밥을 먹으려다 말고 이러고 있는 내 태도를 보고 아내는 놀라 "아니 어째 무슨 큰일이 일어났어요?"하며 다그쳐 묻는다.
나는 착잡한 마음인채 오늘낮에 있었던 김일성의 호통소리와 지배인에 대한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이 말을 어디가서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내는 마치 범에 물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남편을 다시 만난듯이 "당신같이 정직한 그 지배인은 어떻게 될까요?"하고 나를 끌어안으며 묻는다. 나는그래도 끝까지 미련을 보이고 "수령님이 자기잘못을 가지고 욕했으니 언젠가는 양해를 구하실 거야"하고 대답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내는 안고 있던 나를 불시에 밀치면서 "아유 천진해라, 우리 남편님. 두손 반짝 들어요.아유 애기곰같은 우리 남편님. 정말 신통해요, 신통해. 쯧쯧..."하면서 "수령님권위훼손이란 죄 질까봐 이자리에서 말하지 않겠는데, 당신 이제 꼭 두고보아요. 그 지배인이 며칠이나 붙어있나. 양해는 커녕쯧쯧".연방 혀를 차고 쓴오이보듯 나를 경시하며 금새 얼음덩어리가 되어 아이자는곳에 가 누워버리는 것이었다. 아내의 좋았다 나빴다, 웃다가 울다가, 안았다 밀쳐버리는 이 변화무쌍의 태도를 보고 나 역시 저렇게 못돼먹은 여편네와한평생을 어떻게 살랴하는 근심까지 은근히 들었다.
그러나 3일후에 들려온 지배인에 대한 소식은 아내의 예측이 들어맞았다. 지배인은 수령님에 대한 충성심이 심히 부족한 분자로 찍혀 당 조직적 추궁을받고 본인직책은 물론 수도 중앙대학에 재학중인 아들과 비행사로 근무중이던아들까지 퇴학, 제대처분을 받는등 가족전체에게 연대처벌이 가해졌다는 것이다.
나는 아내로부터 핀잔을 다시 듣기가 싫어 곧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지만 아내의 판단이 옳았고 이와함께 {자애로운 어버이 수령님}에 대한 남은 미련을 깡그리 털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처럼 굳혀 놓았던 김일성 우상이 따지고 보면 내자신이 아닌 김일성 자신이 직접 깨부숴버린 것이라할수있다. 이땅위에서 절대자로서 존재하는 우상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이때부터 매일 습성화, 생활화했던 수령초상화정성사업(청소)을 그만두었다. 아내를 도와 집안청소등 가정일을 못 거들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충성심의 표현으로 매일 빠짐없이 하던 수령초상화 정성사업을 중지하자 아내는 "여보, 어찌된 일이예요. 해가 서쪽에서 뜨는것 아니야요"하며 나를 곯려주려 한다. "아니야. 이제야 해가 동쪽에서 바로 뜨는거야. 그리고 당신은 쌍놈의 여편네가 아니라 상(상)놈의 여편네구". 나는 담담한 마음으로 얘기를 이었다."당신, 어디가서 김일성 호통친 일 함부로 말하지 마오. 바른말 한마디 했다가 호위국 농장지배인뿐 아니라 온가족이 처벌받았소"
아내는 "어이구. 여자보다 더 무서워 하네요. 당신이 말안했어도 온시내가그소식 다 알고 수군거리고 있어요. 그것보라요. 수령님이 다 그런판에 당신은 충직이요, 뭐요 하면서. 그래서 내가 당신을 항상 머저리 취급하는 거야요"거꾸로 훈시하는 아내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나와같은 심리가이미 군중들간에 흐르고 있다니, 군중이 결코 머저리가 아니며 이에 뒤지는내가 훈시를 받을만도 했다.
이전에는 부부간에 서로 옳다고 이혼얘기까지 나오며 벌어졌던 말싸움이 이제는 내가 그대로 자복해야하는 학생의 입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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