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직할사찰 날벼락

입력 1994-05-07 08:00:00

{그대는 아직도, 여인을 등에 업고 있는가}최근 영남대 의과대 김성규교수가 보리 달마로부터 마조도일, 문익에 이르는대선사들의 화두속을 여행한후 펴낸 책 이름이다. 이 책은 쌍봉산 도신스승을 찾아 나선 선객 도불과 도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두 선객이 지난밤 폭우로 불어난 강가에 이르자 한 여인이 건너지 못하고 난처해 한다. 도법이 여인을 번쩍들어 강을 건넌다. 도불도 뒤따라 건넜고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여인은 마을쪽으로 사라진다. 그런후 두 선객은 수십리 길을 묵묵히 걷는다. 도법의 행위가 늘 궁금하던 도불이 끝내 말문을 연다.출가한 수행자는 여색을 가까이 할수 없는데 사형은 어째서 여인을 안아 강을 건너주었습니까?

이에 도법은 무심한 얼굴로 다음과 같이 내뱉는다.

음, 그 여인 말인가. 나는 강을 건너고 나서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그여인을 안고 있는가.

개혁의지를 표방한 조계종 총무원이 대구 동화사와 영천 은해사및 그 말사인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를 직할사찰로 정하자 지역 불교계가 큰 반발을 보이고 있다. 종권 남용이다, 지역감정을 부추긴 것이다, 심지어 TK말살이다고까지 혹평하면서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자칫 제2의 신흥사 사태까지 몰고 올지도 모를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 유례없었던 교구본사를 그것도 한꺼번에 두곳이나 직할사찰로 정해 더욱 지역불교계의 반감을 사고 있으며 개혁이 이 지역에서는 마치 보복성으로 내비치고 있어많은 불자들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 누적된 갖가지 폐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지만 지역의불교계 정서를 무시해가면서 이같은 조치는 오히려 종단 화합에 걸림돌이 될뿐 아니라 더 많은 불신의 불씨를 잉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직할사찰결정은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는게 교계 안팎의 중론이다.오늘의 한국 불교는 여전히 도불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여인을 안고 있는것은 아닌가 한번쯤 짚어볼 때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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