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선인장이야기

입력 1994-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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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가 자신의 생각,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이 없어 우리들끼리아무리 많은 말들을 주고받는다고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미수가한층 높은 소리로 쏘아붙였다.[흥! 너희들끼리 떠들어 봐라, 아예 이런 태도군. 난 저러는 게 다 잘난 척하는 태도라고 생각해. 그래서 말할 수 없이 기분 나빠. 언제나 혜수 넌 그랬어. 고등학교 때도 선생님이 뭐라고 하셔도 묵묵부답이라 쟤 대신 내가얼마나 볶였는지 몰라. 혜수 일이라면 친구들이건 선생님이건 한결같이 나한테 묻곤 했다니까-. 오죽하면 내게 혜수 대변인이라는 별명이 다 붙었을까.누가 옆에서 죽어 나가도 아, 죽었구나, 그러고 말 애라구. 우리들은 상대할 것도 없다는 거야? 뭐야?]

그제서야 혜수는 아주 힘들게 한마디 하였다.

[그랬니? 난 그런 건 몰랐어. 미수야, 미안해. 어머니, 그냥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단순히 얼버무리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닌 것처럼 들렸다. 나는 순간적으로혜수를 붙들고 있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겠구나싶어졌다. 집안 식구들을 진정시키고 내가 조용히 얘기해 보는 게 차라리낫겠다 싶어 미수를 달랬다.

[미수야. 이제 그만 해 두렴. 어머니, 제가 혜수랑 조용히 얘기해 볼께요.그리 분별이 없는 아이도 아니고 하니 다 생각이 있을 거예요][원, 분별이 있는 아이가 그래?]

나만 믿는다는듯 한마디를 하시곤 어머니는 자리를 차고 일어서셨다. 모처럼 온 식구가 함께 모인 자리였는데 혜수 문제로 기분들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공연 시작날 사라져 버렸던 혜수가 나흘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전화도 한통 없었다.

혜수가 외박을 한 다음날 걱정으로 하얗게 질린 어머니에게 나는 거짓말을하였다. 내게 미리 얘기를 했는데 내가 잊어버렸다고 둘러대곤 연극을 하고있는 혜수를 붙잡아 자초지종을 물었을 때, 뜻밖으로 혜수는 몹시 지치고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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