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달아오르는 광고전

입력 1994-05-04 08:00:00

{책읽는 중간에 담배를 피우기위해 성냥을 찾지도 않았고, 주말연속극을 보기위해 TV를 켜지도 않았으며, 누군가와 언제 한번 만나 술 한 잔 하자는 의례적인 안부전화도 하지않았다} 최근 독서계 화제를 몰고있는 소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광고문안이다.90년이후 장편소설의 베스트셀러진입이 가속화되면서 신문지면을 화려하게장식하는 출판사들의 광고전 또한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연일 주요일간지의하단지면을 채우고있는 이들 장편소설들은 이제까지의 대하역사소설 일변도에서 벗어나 추리기법을 활용한 가상소설, 애정소설, 분단문학에 이르기까지다양하다.

2년전 {플루토늄의 행방}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것을 개작, 제목까지 바꿔출판한 김진명씨의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전3권 해냄)는 출판사간 뜨거운 광고전을 주도하고있는 장본인. 지난해 여름 초판을 찍은 이후 56쇄까지 2백10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이 작품은 무명작가 김진명씨를 일약 화제의 인물로 만든 슈퍼베스트셀러로 연일 상종가를 올리고있어 출판사측도 이여세를 몰아 연일 광고전의 고삐를 늦추지않고있다. 여기에다 최인훈씨의 {화두}(민음사)와 박경이씨의 {토지}(솔), 신경숙씨의 {깊은 슬픔}(문학동네)등이 뒤질세라 광고물량을 쏟아내면서 재미를 보고있고 방송작가 정하연씨의{황토마루}(미투), 고정욱씨의 {원균 그리고 원균}(여백)등이 새로 광고전에 뛰어들어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부심하고있다. 소설, 시집, 수필집등 문학작품 전문출판사들이 최근 몇년새 광고전략을 바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있는 것은 인문,사회과학등 다른 분야에 비해 독자층이 무한할 정도로넓어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출판계의 달라진풍속도다. 80년대중반이후 출판물광고분야에서 독주해온 민음사를 무색케할정도로 창작과 비평사,세계사가 광고에 열을 올리고있고 여기에 광고효과에눈뜬 문학동네,솔등 신생출판사들이 가세해 군웅할거현상을 보이고있다. 광고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문학과 지성사마저도 최근 광고에 신경쓰고있는 것을 보면 광고와 판매부수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짐작케한다.그러나 출판광고전의 무한경쟁은 출판시장의 활력을 돋구는데 일조할지는모르지만 본격문학에 대한 독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어렵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으며 문학성보다는 읽을거리 위주로 독서계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시키고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