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새정부 과제와 앞날

입력 1994-05-03 00:00:00

흑백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3백50년 넘게 다수흑인들이 소수백인들에게 지배를 받아왔던 {아프리카의 마지막 희망국가} 남아공에 드디어 흑인통치시대의 화려한 막이 열렸다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27개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남아공 최초로 실시된다인종총선에서 당초 예상대로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만델라의장이 압도적 지지로 새로운 남아공 통치자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오는 6일 공식개표결과가 발표되지만 이미 만델라의 승리는 확정적이며 ANC측은 3세기에 걸친 백인통치마감을 위한 수권준비를 시작해 현정부의 데 클레르크대통령측과 협상이 진행중이다.

3천9백여만명의 인구를 가진 남아공의 흑인통치시대등장과 오는 10일 2명의부통령과 함께 공식으로 대통령취임예정인 만델라정부의 출범(27명내외의내각은 11일)에는 정치.경제.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변혁이 뒤따르고외국의 활발한 투자활동도 예상되고 있다.

만델라의장과 데 클레르크현대통령은 지난해12월 통과된 과도헌법에 따라 앞으로 개원되는 하원에서 임기과도정부의 정.부통령선출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각각 새롭게 권력을 잡게 됐다.

과도헌법은 2명의 부통령중 1명은 야당에서 지명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헌법은 또한 중앙의회의 4백의석가운데 20석이상 즉 총유효투표의 5이상을 득표한 정당에게 내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해 신정부는 연립과도정부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만델라정부는 오는 96년4월30일까지 최종헌법을제정한뒤 이헌법에 의해 99년4월30일까지 총선을 치르는 민주화일정을 추진할 계획이며 과거10개의 흑인자치주(홈랜드)는 9개로 개편돼 자체의회와 정부를 갖고 상원은 이들주에서 각각10명씩 뽑은 의원90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당분간 만델라차기대통령은 국민당의 협력아래 인종.각계층간 대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국민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마련에 나서 최우선적으로다수민족인 흑인들의 주거와 교육개선에 힘을 기울일 전망이다.이와함께 국내정치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국민대화합차원에서 그동안 시시비비로 대결양상을 보여온 남아공 최대종족인 줄루족의 인카타자유당(당수 망고수투 부텔레지)과 흑백보수연합세력인 자유전선(당수 콘스탄드 비요엔)의 포용문제가 현안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델라는 신정부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겨줄 이들 야당세력을 위해 권력일부를 공유하면서 이들을 제도권정당으로 묶어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히 자유전선경우 국민당이나 백인과격세력과의 협력에 의한 반정부정책이 전망되고 있다.

만델라는 신정부출범초기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반정부단체세력에 의한 정국불안과 사회무질서를 경고하고 이의 방지를 위해 무정부상태방지에 우선적인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수차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전 만델라와 데클레르크, 부텔레지 세사람간에 합의한 *콰줄루자치권확대 *부족왕 굿윌 즈웰리티니의 상징적 지위보장 *총선후 개헌논의등의문제가 제대로 이행되지않을 경우 인카타자유당이 폭력투쟁으로 선회하면 정국은 혼란속으로 빠질 우려마저 안고 있다.

남아공의 외교정책은 인권과 남아프리카지역발전의 필요성과 세계질서의 균형유지에 기초를 둘 것으로 보이며 특히 지난 74년 정지된 유엔의 의석을 되찾고 1961년 떠난 영연방에의 재가입문제에 적극성을 나타낼 전망이다.한편 3백여명의 교민이 진출한 한국은 신정부출범과 다인종공존시대 및 민주사회로의 이행등으로 양국간에 경제협력과 교역관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쨌든 숱한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만델라로서는 남은 여생을 남아공의 번영과 흑인통치기반구축에 쏟겠지만 3백년이상의 백인통치에서 오는 각종 휴유증을 어떻게 잘 소화해 내느냐에 따라 오는 96년4월30일까지로 날짜가 잡혀있는개헌일정에 큰차질을 빚지않고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안정된 대화합정부 유지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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