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북한의 핵 잡아떼기

입력 1994-04-25 22:51:00

UN안보리가 제시한 북핵사찰시한인 5월초가 불과 10일 안팎으로 다가왔다.지난달 하순 IAEA 결의안이 UN안보리로 상정된 후 북한은 IAEA북핵추가사찰을둘러싼 {나름대로 정립된 입장}을 몇차례 밝힌바 있다.그중 가장 핵심적인 무게를 지닌 북한지도부의 견해는 지난 15일 김일성이자신의 82회 생일을 맞아 드러낸 핵과 군사시설의 개념상 혼동이라 아니할수없다. 김은 핵무기제조플랜을 군사시설우산아래 추진할 수 있다는 {강한믿음}을 은연중 자신의 발언속에서 풍겨주었다.

김이 강조하고 있는 국방주권론 가운데 성역시하고있는 군사시설 기밀보장론은 과거 비핵시대때나 통용되는 진부한 논리라고 볼 수 있다.지난해 7월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고위급회담(2단계)에서도 북한외교관 정성일(IAEA대사)과 박창림등은 본기자와의 핵주제 토론에서 미국과 IAEA측은 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변 군사시설을 사찰하자는 고압적 협박을 행사하고있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이들 북한외교관은 세계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자국의 주권을 지키고 나아가 군사시설의 보안을 유지할 수있는 고유한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은 세계어느나라나 마찬가지로 공개할 수없는 군사적 용도의 자국시설을 관리할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북한은 자신들이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등 군사시설은 어디까지나 핵무기제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첩보위성과 함께 그동안 IAEA가분석한 각종 데이터는 이시설에서 {분명하고도 확증성이 짙은 핵물질이 추출됐다}는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과학적인 규명을 토대로 엄연한 실체로 등장한 {북핵}을 북한주석 김일성은 특유의 잡아떼기식억지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결론을 내린 핵시설을 당사자인 북한지도층은 군사시설의 평범한 기밀부문임을 내세워 벼랑끝까지라도 {핵무기 집착}을 버리지 않을 태도다. 추가사찰이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용납되지 않는다는 북한측 주장에 시대착오적억지논리라고 이의를 달고 있는 {국제적 공감대}는 점차 결단의 시기를 헤아리며 막판 북한지도부의 인식전환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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