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 양성 일찌감치 깨달아

입력 1994-04-25 00:00:00

{고향과 부모님께 부끄러운자는 이 문을 드나들지 말라}. 이는 재경강원 대학생들의 보금자리인 {강원학사}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마주하게 되는 바윗돌에 새겨진 경구다.가지런하게 정리돼 차분한 느낌을 주는 뜰과 함께 이 문구는 젊은날의 흔하디 흔한 방황의 와중에서 가끔은 술에 취해 혹은 시위로 흐트러진 학생들의옷매무새를 추스리는데 이보다 더 한 금언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독보적인 문구외에도 강원학사설립은 이어 진행되는 재경향토기숙사붐의 기폭제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도 선구자였다. 선각자는 설립당시 강원지사이던 박종성씨. 이미 고인(77년)이 되어버린 그는 지사당시 공직자들중 강원 출신 인재가 적다는 점에 뼈가 사무쳐 이를 타파할 묘수풀이에 들어갔다.{감자바우} 출신으로 가난탓에 제대로 배우지 못해 면서기생활로 공직에 입문할 수 밖에 없었던 그는 결국 {내고장 영재를 우리 손으로 육성하자}는 착상아래 74년 새강원장학회를 설립하고 가난한 수재에게 면학의 길을 열어주기위한 장학금지급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재경대학생기숙사설립계획을 병행, 도비로 1백만원을 염출해 이의 효시인 강원의숙을 신림11동 1백평부지에 건립케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1층 지상2층으로 4인1실인 방25개로 시작한 의숙은 해가 거듭되면서 1백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데 따라 빗발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혜폭확장요구를 받게되고 게다가 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까닭에 소란하고 번잡해 좀더 쾌적한 시설이 요구됐다.

이같은 요구에 적극 동참한 사람은 김영진지사(현 민자당 전국구의원). 김지사는 정치적수완을 십분 발휘, 두산그룹으로부터 32억원을 희사받아 89년 장소를 신림3동으로 옮겨 부지 3천44평에 지하1층 지상5층, 총수용 인원 2백20명(남1백80명, 여40명)의 획기적 신축기숙사로 중흥한 장본인이다. 이름도 강원학사로 바꿨다.

현재 강원학사를 꾸려나가는데 매년 드는 비용은 5억원으로 이는 89년 두산으로부터 받은 31억중 공사비용을 제하고 남은 돈 11억과 구학사매각대금 15억을 합한 적립금이자 3억원과 학생들이 내는 입사비 3만원, 월부담금7만원으로 충당하는 한편 재단운영사업인 설악산주차장, 주유소임대수입도 한몫 거들고 있다.

지금까지 여기를 거쳐나간 1천6백여명의 배출생(고시합격자와 박사학위소유자가2백여명)들이 학계, 관계, 언론계등 각계각층에서 강원인의 우수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학사는 또한 향토인들의 애향심을 고취하는 중요한 터전이 되고 있다. 학사내 도서관에는 향토인 1천4백84명이 보낸 각종 서적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배출생들은 숙우회란 모임을 결성, 매년 모임을 갖고 제2, 제3의 자신들을 만들기 위한 장학기금마련에 골몰하고 있기도 하다.

강원의숙으로 시작된 강원도민의 애틋한 향토애는 타지방을 고무시켜 이같은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90년 들어서면서 경기, 전북, 충북순으로 이어지고 올해 건립된 광주-전남은 거의 매머드호텔급으로까지 격상된 남도학숙을 장만하기에까지 이르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지역도 의회와 상공인이 주축이돼 이같은 학사마련에 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다. 강원지역이 가난탓에 일찌감치 학사마련에 눈떴다는 점에 착안한다면 {왕도지역}이어서 연줄로 제각각 잘 나간탓에 우리는이점에 둔감했다는 아이러니가 아프지만 과거는 접어둔채 이제 정말 우리도인재를 키울 {산실}을 마련해야한다. 개막되고 있는 지방자치시대의 지역우열도 결국 인재에서 판가름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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