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곡절도 많던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이 공식적으로 종결됐다.협상에 참여해온 1백23개 GATT(관세무역일반협정)회원국과 중국, 알제리 등 세계1백25개국 각료들이 15일 최종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7년반을 끌어온 UR협상은공식적인 마침표를 찍었다.최종의정서는 2차대전후 세계무역질서를 관장해온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대신권한과 영역이 훨씬 강화되고 넓어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명문화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가 서명을 미루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회비준이라는 {절차}를 밟기 위해서일 뿐 협정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협정으로서의 GATT는 계속 유효하지만 세계무역질서를 관장하는 사무국으로서의 GATT는 이제 WTO에 그 기능과 권한을 넘겨주게된 것이다. WTO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세계무역질서를 다스리는 경찰역을 WTO가 맡게 된다.
UR협상 종결은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양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낮아지고 무역장벽이 제거돼 수출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반덤핑 협정이 마련돼 자의적인 반덤핑조치 남용이 어렵게 된 것도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반면 농산물과 서비스 등공산품에 비해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련이 불가피하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는데 요긴하게 쓰여온 금융, 세제상의 지원 등 각종 산업정책과 정부 보조금 정책도 정부의 개입을 줄이도록한 {보조금.상계관세협정}에 따라 전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수입규제 등을 통한 국내산업보호도 앞으로는 할 수 없게 된다. UR타결과 WTO 체제출범은 세계를 무대로 한 무한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무역질서를 의미한다.
UR타결의 실익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공산품 분야도 모든 품목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섬유, 신발 등 후발개도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있는 경공업분야는 경쟁이 더 격화될 것 전망이다. 항공, 컴퓨터, 통신 등아직 기술자립도가 충분치 않은 첨단산업쪽도 당분간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와 컴퓨터 주변기기는 99년부터 2009년 사이에 관세를 완전히 없애야하고 전자, 종이, 완구, 비철금속분야의 1백29개 무세화 품목은 문자 그대로무한경쟁을 각오해야 한다. 한마디로 산업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쪽은 유리해지고 그렇지 못한 쪽은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김철수상공자원부 장관은 농산물때문에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바람에 전체적인 모습이 가려졌지만 UR협상은 많은 분야에서 국익에 부합되는 협상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은 UR타결로 수출은 연평균 22억5천만달러가 늘어나는데 비해수입증가는 7억2천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UR타결만으로도 15억3천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이 기대된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새정부가 들어선 이래 국제화와 개방화를 내세우며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정책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오랜 세월 정부의 보호에 길들여진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짧은 기간이었다. 따라서 기업이 달라진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UR협상 타결로 정부의 역할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할일이 없어진것은 아니다. 기업의 국제화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지원하는 것은여전히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기업세계화 기획단을 설치키로 한 것도 그런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가로 막는 금융, 세제,공업입지상의 각종 규제를 하루빨리 없애 기업의 경쟁력 강화노력을 도와주는 일도 미룰 수 없는 사안이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없앤 대신 규제를 없애는 일은 오히려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차기 라운드의 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환경(GR), 노동(QBR), 기술(TR), 경쟁(CR) 등 새로운 분야에 관한 국제규범화 작업에 대비하는 일도 정부가 담당해야할 몫이다. 최종의정서 서명으로 UR은 이제 싫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 됐다. WTO체제에서의 이탈은 곧 국제적 고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UR시대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 하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마라케시.연합)
댓글 많은 뉴스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野, '줄탄핵'으로 이득보나…장동혁 "친야성향 변호사 일감 의심, 혈세 4.6억 사용"
尹공약 '금호강 르네상스' 국비 확보 빨간불…2029년 완공 차질 불가피